<사설> "대북경협" 추진 신중해야

국내 전자업계 최고 경영자의 압도적 다수가 남북경협이 앞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하는등 남북관계를 낙관하고 있다는 최근의 조사는 시사하는 바가크다. 전자신문사와 서울리서치와 공동으로 가전, 산전, 부품, 정보통신, 컴퓨터 등 국내 전자업체 최고경영자 1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자산업의 납북경협 관련 설문조사 결과 93%가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응답, 남북경협에매우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럭키금성그룹, 대우그룹등 주요그룹들이 지난해 12월 중순으로 계획했던 방북일정을 북한측의 요청에 따라 연초로 재조정했으며 현대그룹은 금년 2~3월로 방북일정을 재조정,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남북경협은 어떤 형태로든 활기를 띨 전망이다.

정부에서도 "통일기반구축"을 "지방화", "세계화" 계획과 함께 새해 정부의 주요 국정운영 목표의 하나로 설정할 방침으로 있어 새해에는 대기업들의 방 북행렬이 이어지면서 남북경협은 그 어느때 보다도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전문가들이 분단 반세기만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은 해가 바로 올해가 될 것으로 내다보는 관측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는 일이다.

대기업들이대거 남북경협에 나서고 있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남북경협의 성공은 곧 21세기의 재계판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경협의 초기단계에서는 임가공사업을 비롯 소규모 투자등에 그칠 수밖에 없겠지만 남북관계가 정부차원에서 정상화쪽으로 방향을 잡거나 나아가 투자보장협정이 체결되는등 진전을 보인다면 일거에 대규모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남북경협이 남북통일로 이어지게 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으로보인다. 각 기업이 구상하고 있는 대북투자 내용은 이같은 가능성을 더욱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삼성그룹이 구상하고 있는 대규모 전자단지 구축이나 럭키금성그룹의 제철.

자동차분야에의 투자계획, 그리고 현대그룹의 금강산개발과 원산수리조선소건설계획 대우그룹의 남포공단내 합작공장 가동계획 등은 모두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남북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지난해 기업들의 방북추진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언제 이들의 본격 적인 대북경협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재의 상태로는 연초의 잇따른 조사단 방북이 일단락되고 방북결과를 바탕으로 각 기업이 사업 성 검토를 끝낸 후인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상담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임가공 확대 이상 수준의 본격적인 투자는 아직 이루어 질 것 같지가않다. 이번 전자업체 최고경영자 의식조사에서도 남북경협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실질적인 남북경협 시기는 대다수가 2~3년후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점에서 올바른 판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양측 정부차원의 대화재개와 함께 투자보장협정과 같은 법적.제도적 장치가 선결되지 않고는 어느 기업도 막대한 투자를 감행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이윤추구가 가능한 시점은 향후 3년이내가 48%, 5년이내가 35%로 나타났는데 이는 우리의 대북경협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을 암시해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뿐만아니라 여전히 북한측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태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대거 북한으로 몰려들어갈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들도 만만치 않다. 북한측 이 경협을 허용하면서 국내기업들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기부금문제도 문제지만 기업들의 과당경쟁도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다.

어쨌든 통일한국의 재계판도를 결정할 대북경협은 재계에 올 한해의 지상과 제가 될것이다.

그러나 북한당국의 일방적인 요구에 춤추는 경협은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정부당국의 유연하고도 효율적인 대북정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점에서 전자관련업계의 대북경협문제도 좀더 시간을 두고 차분히 생각해 나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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