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방향

최근들어 세계적으로 초고속 정보통신망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에선 지난 90년대 들어 이같은 논의가 활발하게 진전되기 시작해 최근에는 인포메이션 슈퍼하이웨이"란 개념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역시 정부주도로 가입자 광케이블 구축전략을 수립하는 등 야심적인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도로나 항만등 산업사회의 간접자본 처럼 오는 21세기에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새로운 사회간접자본으로 부상한 다는 것이 일본의 생각이다. 일본에서는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을 신사회간접자본 이라는 신조어로 표현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때문이다.

유럽.싱가포르등 여타 국가들도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을 오는 21세기 에 대비하는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 사업추진에 다투어 나서고 있다. 미.일 등 선진국들의 이같은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은 단순한 통신망의 지능 화나 초고속화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예를들어 보면 미국은 이미 컴퓨팅기술을 비롯해 광통신기술, 디지털 무선통신기술등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을 위한 기반기술의 경우 세계적으로 기술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내적으로는 모든 국민들에게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통한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정보화사회를 구현하고 대외적으로는 오는 21세기에 최대 시장으로 부상할 세계 정보산업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숨은 전략이다. 클린턴대통령이 최근 주창하고 나선 GII 역시 미국이 선점하고 있는 초고속 기반기술과 강력한 정보통신 네트워킹을 통해 이 분야의 세계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일본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부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일본의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은 오는 2010년까지 전국적으로 가입 자 광케이블을 포설해 이른 시일내에 이 분야의 산업기반을 마련하고 대외경 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우정성은 초고속 정보통신망에 활용될 각종 애플리케이션 툴 개발을 위해 민간업체들의 참여를 부추기고 있으며, 민간업체 역시 이같은 정부정책에 호응해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다투어 나서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올들어 초고속정보화추진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범부처적인 체제를 갖추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음성은 물론 데이터.화상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오는 2015년 까지 45조2천억원을 투입하는 초고속 정보통신망구축 종합추진계획을 마련하는 등 통신망의 광대역화 및 초고속화를 역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을 세우고있다. 우리 정부의 이같은 야심찬 추진계획은 이제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이 한나라의 흥망을 결정짓는 바로미터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당위성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이 세계적인 추세에 떠밀려 우리 나름대로의 문화적인 특성이나 전체산업과의 형평을 고려하지 못한채 추진된다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는 엄청난 시행착오를 초래하지않을까 우려된다.

이같은 우려는 종합적인 추진계획이 수립되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서 분출되고 있다.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포함해 앞으로 우리나라 정보활성화의 촉매제 로 작용할 정보화촉진기본법 제정이 1년을 넘도록 관계부처간의 이견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정보화촉진기본계획의 수립 주체를 어느 부처에서 전담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부처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초고속 정보통신망 추진 초기단계에서부터 정부와 사업자, 관련업계간에 손발이 안맞는 것은 더욱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체신부가 초고속 국가 망 및 공중망 구축 등 세부적인 추진계획을 주도하기 보다는 관련 법이나 첨단 서비스의 상용화, 민간기업들의 이 분야 참여확대를 지원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 관련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정책은 이제 시작단계인 만큼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뚜렷한 타깃을 정하고 정보통신분야의 모든 당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안 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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