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설비투자와 환경문제

지난해부터 반도체를 비롯한 세계적인 전자경기의 호조로 국내 전자부품업체 들의 공장 건설이 활기를 띠고 있다.

반도체업체들은 수천억원에서 조단위의 대대적인 투자를 수년째 계속해오고있으며 관련 재료.장비업체들도 외형에 비해 큰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브라운관이나 콘덴서를 비롯한 일반 전자부품의 경우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때보다도 설비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는등 전반적으로 부품업계가 설비투자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들 업체의 상당수가 과거 우리나라가 전체적으로 "고도성장" 신드 롬에 사로잡혀 있던 70, 80년대에 유행병처럼 만연됐던 "빨리빨리" 사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국내에 새로 공장을 건설하는 외국 반도체장비나 재료업체들의 경우 어느정 도 규모가 있는 업체들은 대체로 공장설계기간을 포함한 전체적인 건설기간 이 길다.

듀폰의 국내법인인 한국듀폰의 이천공장만 하더라도 공장건설에 몇년이 소요됐으며 천안에 건설중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라는 세계적인 반도체장비업 체도 거의 2년의 공사기간을 잡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업체들의 공장건설에 소요되는 시간과 경비는 이들 외국업체 에 비해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짧다.

과거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메모리 3사의 공장건설은 시간경쟁이나 하듯 급속도로 진행됐고 "외국에 비해 공기를 몇달이나 단축시켰다"는 것이 자랑거리로 통용됐다.

최근에도 외국업체와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반도체재료업체가 불과6개월여만에 공장을 완공, 이를 "노하우"라 말하며 자랑을 하고 있다. 공사 비용도 외국업체들에 비해 대폭 절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이들 업체가 갖고있는 노하우를 무시할수도 없고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 의 부지런함과 노동밀도도 감안돼야겠지만 외국업체들에 비해 짧은 공기와 적은 비용이 혹시나 환경등 생산외적인 부문에 대한 투자를 줄였기 때문이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같은 선상에서 비교를 하는것이 다소의 무리는 있겠지만 최근들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다리나 아파트,지하철시설등 부실시설들도 완공할 당시에는 외국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일정안에 공사를 마무리해 당초 목표했던 기간보다도 몇달씩이나 공사를 앞당겨 끝냈다는 점에서 칭찬 을 받았던 것들이다. 공기를 앞당기는 데공헌을 했던 관계자들이 모두 공로 표창을 받았으며 정부와 언론이 "속도전"을 본받으라는듯 부추겼다. 지금에와서는 이들이 심판대에 올라있고 주위에서는 경쟁이나 하듯 모든 책임을 이들에게 돌리려하고 있다.

모 반도체업체의 경우 수년전까지만해도 기술자들은 비오는 날은 될 수 있으면 외출을 삼간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고 한다. 물론 독주물이 함유 된 산성비를 맞지 않으려는 것이다.

반도체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독극물을 사용하는데 반도체산업 초기에만 해도 이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독성가스를 그대로 대기중에 흘렸다는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얘기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몇몇 반도체 업체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전자업계도 굳이 "그린라운드"니 하는 목전의 국제적인 상황변화를 거론치않더라도 이제는 당장의 생산적인 측면에만 집착해 두고두고 공해문제로 골치를 앓는 우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외국 선진기업들이 공해산업을 규제가 덜한 저개발국으로 이전해 공장을 건설하는데 환경설비에 적지않은 자본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은 환경을 중시하는 마음자세도 어느정도 있겠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된다"는 것을 깨우친데다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환경을 도외시하 는 기업은 모두에게서 외면을 당한다는 것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외국과의 협력과 교류가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생산이나 기술에 만 눈을 돌리지 말고 이들이 오랜기간동안 시행착오 끝에 몸에 익힌 환경에 대한 교훈을 배우는데도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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