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국민 인공지능(AI) 노동법 상담은 수요가 확인됐지만 정작 근로감독관의 사건 처리 업무는 여전히 서면 자료와 개인의 암묵지에 의존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외부 AI가 아닌 내부 자료 기반의 폐쇄형 AI를 사건처리 전산망과 연동해 사건 단위로 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고용노동행정 생성형 AI 활용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근로감독관과 산업안전감독관 업무를 지원할 생성형 AI 서비스의 5대 유망 기능과 3단계 도입 로드맵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감독관들의 업무 절차와 직무를 분석하고 현직 근로감독관 5명의 의견을 수렴했다.
보고서는 감독관 업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신고사건 처리 과정에서 사실관계 파악과 법령 해석, 문서 작성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행 진정서는 피진정인 이름과 사업장 정보, 위반 내용 등 제한적인 기본 정보만 적도록 되어 있다. 근로 시작일과 계약기간, 임금형태 등 세부 정보가 누락되면 감독관이 당사자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출석을 요구해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사건 정보가 서면 자료나 개인의 암묵지로 남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이 때문에 다른 기관이나 감독관이 보유한 사건 관련 자료를 활용하는 데 별도의 검색과 가공이 필요해 유사 사건의 중복 조사와 행정력 낭비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부담을 덜기 위해 연구진이 꼽은 5대 유망 기능은 △판례·지침 링크 제공 △진정사건 접수 시 기초정보 수집 자동화 △진정사건 자동 분류 △수사보고서 작성 보조 △사건처리 결과 회신문 자동 요약이다. 업무 효율화 효과와 기술적 난이도를 따져 기초정보 수집 자동화를 초단기 과제로, 판례·지침 링크 제공과 진정사건 자동 분류를 2년 내 단기 과제로, 수사보고서 작성 보조와 회신문 자동 요약을 3년 내 중기 과제로 제시했다.
기초정보 수집 자동화는 AI가 민원인과 대화하며 근로 시작일 등을 미리 묻고 사업장 정보와 근로조건, 체불·해고 여부를 정리한 뒤 빠진 정보를 감독관에게 알려주는 기능이다. 의견 수렴에 참여한 감독관들도 이 기능과 판례·지침 링크 제공을 도입 필요성이 가장 높은 서비스로 꼽았다. 판례·지침 링크 제공은 다른 기능에 자료를 공급하는 기반인 만큼 초단기 과제와 함께 개발해야 한다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감독관들은 AI를 노사누리와 연동해야 실효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노사누리는 감독관이 진술조서 작성과 자료 제출 등 사건 처리에 쓰는 고용노동부 전산망이다. 수개월간 쌓은 사건 정보를 AI에 다시 정리해 입력하는 방식으로는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담당자만 접근할 수 있는 사건별 AI 채팅방을 두면 다른 감독관 사건의 개인정보를 불러오는 문제를 막고, 후임자가 사건 경과를 곧바로 이어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봄이 직능원 청장년직업능력연구센터장은 “AI 노동법 상담 서비스가 시범 운영 한 달 만에 1만 회 이상 사용될 만큼 수요가 확인됐지만, 근로감독관의 사건 업무는 여전히 서면 자료와 개인의 암묵지에 의존하고 있다”며 “외부 AI는 부정확한 답변과 보안 취약성 탓에 업무에 직접 쓰기 어려운 만큼, 수사 매뉴얼 등 내부 자료에 기반한 폐쇄형 시스템으로 구축하고 노사누리시스템과 연동해 사건 단위로 운영하는 방안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의견 수렴은 근로감독관 5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전체 감독관의 수요로 일반화하는 데 한계가 있고, AI 환각 등 답변 신뢰성에 대한 검증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성웅 기자 ye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