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탈환할 가능성이 유력해짐에 따라 트럼프 2기 후반기 통상 정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방 의회의 견제가 심화하더라도, 기존 행정부 권한에 근거한 고율 관세와 대미 투자 압박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우리 기업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당부했다.
한국무역협회(KITA)와 법무법인 광장은 5일 서울 코엑스에서 무역업계 관계자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 중간선거 결과와 한미 통상관계 전망 세미나'를 열고 이런 평가를 내놨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 역시 이날 현지 개표 집계를 바탕으로 국내 산업별 영향을 담은 '2026 미국 중간선거 결과 및 시사점' 심층 보고서를 펴냈다.
양 기관이 분석한 트럼프 2기 후반기의 통상 기조는 '의회 분점에도 행정부 주도 압박 지속'으로 요약된다.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각)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개표 결과(4일 7시 AP 잠정치), 민주당이 상원 54석, 하원 228석을 확보해 양원을 모두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예산 심의와 인준, 행정부 감독 등에서 강력한 주도권을 쥐게 됐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에 극적인 변화를 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협 세미나에서 하상응 서강대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의회를 우회하고 사법부와의 충돌을 감수하며 정책을 집행해온 만큼, 선거 결과가 정책 기조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태호 광장 고문 또한 “법적 근거가 바뀌더라도 고율 관세 기조와 양자 합의 중심 체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코트라 보고서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불공정무역(무법 301조)과 국가 안보(무역확장법 232조) 등 개별 법률에 근거해 독자적으로 관세를 부과해 왔다. 민주당이 대통령의 관세 권한을 제한하는 입법을 시도하더라도 거부권에 막힐 가능성이 커, 관세를 무기로 한 행정부 차원의 통상 압박은 여전히 유효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16개 경제권을 겨냥한 '구조적 과잉 생산' 관련 301조 조사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한국·일본·대만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미 투자 압박이 한층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양당 간 공감대가 형성된 쟁점 밖 분야에서는 입법 논의가 활발해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금하 코트라 북미지역본부장은 “관세 기조는 유지되겠지만, 조선·반도체·전력 등 초당적 분야에서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에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양당이 공동 발의한 '조선업 재건 법안(SHIPS Act)'의 주요 조항이 연말 국방수권법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점쳐지며,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송전망 확충 논의도 초당적으로 이뤄져 전력 기자재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이 변화하는 정책 환경에 대비해 맞춤형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상식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분점 정부 하에서 의회-행정부 갈등 장기화 시 대미 투자 관련 행정 절차가 지연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납입 상한과 우산형 수익 배분 등 대미 투자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정현 광장 변호사는 “미국 수출 시 한국산이라는 사실만으로 미국의 경제 안보 규제 위험이 해소되지 않는다”며 단순 원산지 증빙을 넘어 부품·공정 이력, 거래 상대방의 지분 구조, 기술 수출 통제 대상 여부 등을 철저히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