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배충식)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단이 뇌가 몸을 움직이는 원리를 밝히는데 도전한다. 원숭이의 뇌를 관찰해 '움직이는 뇌 지도'를 그린다.
KAIST는 장경인 기계공학과 교수가 공동 연구책임자로 참여한 '뉴로에토프림' 과제가 유럽연구위원회(ERC)의 '시너지 그랜트 2026'에 최종 선정됐다고 6일 밝혔다. 국내 대학 소속 연구자가 이 프로그램의 연구책임자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단은 루카 보니니 이탈리아 파르마대 교수를 대표로, 이탈리아 산타나고등연구원(SSSA)과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교(EPFL) 소속 실베스트로 미체라 교수, 장경인 KAIST 교수가 함께 이끈다. 향후 6년간 약 968만 유로을 지원받으며, 이 가운데 약 50억 원이 KAIST에 배정된다.
이번 연구는 자유롭게 행동할 때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주목한다. 머리를 고정하고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게 하는 실험은 뇌 신호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지만, 일상 속 복잡한 움직임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연구단은 원숭이가 자유롭게 걷고 먹이를 찾을 수 있는 실험 공간 '뉴로에토룸'에서 뇌 활동과 전신 움직임, 촉각 정보를 함께 기록한다. 이를 통해 뇌가 보고 느낀 정보를 어떻게 몸의 움직임으로 연결하는지 밝힐 계획이다.
뇌 신호에서 움직이려는 의도를 읽는 '디코딩'과 외부 감각 정보를 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신호로 바꾸는 '인코딩'도 연구한다. 뇌의 명령을 읽고 뇌에 감각을 전달하는 두 방향의 원리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다.
수집한 데이터는 다양한 감각과 움직임의 관계를 학습하는 인공지능 모델인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에 활용한다. 대규모 언어모델이 방대한 글에서 언어의 규칙을 배우듯, 뇌 신호와 행동 데이터에서 몸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공통 원리를 찾는 것이 목표다.
장 교수는 무선 신경 인터페이스 개발을 총괄한다. 신경 인터페이스는 뇌 신호를 기록하거나 뇌에 자극을 전달하는 장치다. 부드러운 뇌 조직과 단단한 반도체 사이의 물리적 차이를 줄여,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에서도 신호를 안정적으로 기록하고 필요한 뇌 부위를 골라 자극하도록 개발할 계획이다.
장 교수 연구팀은 향후 성과를 차세대 브레인칩 '알렉스(ALEX)'와 신경계 질환자의 기기 사용을 돕는 운영체제 '루카스(LUCAS)' 개발에 활용하고, 교원창업기업 엔사이드 주식회사(ENSIDE)를 통해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사지마비 환자가 뇌 신호로 스마트폰이나 휠체어 등을 제어하는 '브레인 투 엑스(Brain-to-X)'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후속 연구와 안전성·유효성 검증이 필요하다.
장경인 교수는 “자유롭게 움직일 때 뇌가 감각과 운동을 어떻게 연결하는지 밝히는 것이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라며 “기초연구 성과가 신경계 손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일상 복귀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