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은 이동화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컴퓨터 계산으로 원자의 움직임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통해 질화티타늄 위에서 텅스텐이 얇은 판(나노시트) 모양으로 빠르게 자라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초미세 반도체 트랜지스터 생산 공정최적화, 고성능 및 저전력 AI 칩 및 모바일 반도체, 차세대 신소재 공정 시뮬레이션 플랫폼 등 전력소모를 줄이면서도 집적도를 높여야하는 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 전반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반도체 칩 안에는 전기를 켜고 끄는 아주 작은 스위치가 수십억 개 들어 있다. 이 스위치에서 전기를 흘려보낼지 막을지 정하는 '문'을 게이트라고 부른다. 댐의 수문과 비슷하다. 그런데 반도체가 나노미터 수준까지 작아지면서 스위치도 점점 작아지자 문도 얇아졌고, 문을 닫아도 전기가 새어 나가는 문제가 생겼다.
이를 막기 위한 기술이 전기가 잘 새어나가지 않게 문을 특수 소재와 금속으로 만드는 '고유전율 금속 게이트(HKMG, High-K Metal Gate)'다. 여기에 전력 소모를 더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 산화물(Al₂O₃) 막을 덧대는데, 문제는 이 막 위에서 문의 재료인 텅스텐이 잘 자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중간에 질화티타늄(TiN) 층을 깔아 이 문제를 해결해 왔지만, 왜 효과가 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제일원리 계산'을 통해 알루미늄 산화물, 질화티타늄 두 바닥 위에서 텅스텐이 모이고 자라는 과정을 원자 수준에서 들여다봤다. 그 결과, 알루미늄 산화물 위 텅스텐 원자들은 빙판 위에서 미끄러지는 사람들이 서로 붙잡고 뭉치듯 울퉁불퉁한 입체 덩어리를 만들었다. 반면, 질화티타늄 위에서는 바닥에 타일을 깔듯 납작하고 넓게 퍼져 나갔다. 텅스텐이 질화티타늄에 훨씬 단단히 달라붙은 덕분에 떨어져 나가지 않고 빠르고 고르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이다.

핵심은 질화티타늄 속 질소였다. 텅스텐은 산소나 다른 텅스텐보다 질소와 훨씬 강하게 결합했다. 질소가 찍찍이처럼 텅스텐을 꽉 붙잡아 주는 셈이다. 연구팀은 특히 질소 원자가 겉면에 드러난 질화티타늄 표면에서 이 결합이 가장 강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텅스텐을 가장 효율적으로 쌓을 수 있는 최적의 바닥 구조로 제시했다.
이동화 교수는 “텅스텐이 질화티타늄 위에서 빠르게 자라는 원리를 원자 수준에서 밝히고, 고유전율 금속 게이트 공정을 최적화할 설계 기준을 제시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생성형 AI와 대규모 데이터 처리로 고성능·저전력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의 공정 효율과 성능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NRF)의 국가전략기술 미래소재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는 최근 재료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머터리얼즈 호라이즌(Materials Horizon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