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스케일업팁스 정책포럼'서 코스닥 체질개선 방향 논의
기술기업 성장주기 반영한 상장·퇴출 기준 주문
기술평가 신뢰성 강화·벤처투자 회수 활성화 촉구
코스닥시장 체질개선을 앞두고 기술 중소·벤처기업의 상장 문턱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당장의 실적보다 미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 시장 진입을 허용하지만, 실제 상장 심사에서는 재무성과 중심의 평가 관행과 기술평가의 일관성 부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까지 강화되면서 장기간 연구개발이 필요한 혁신기업의 성장 기회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기술기업의 특성에 맞게 상장 진입과 유지 기준을 재설계하고, 상장 이후 사업화 성과에 대한 검증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8일 서울 여의도 KBIZ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6 스케일업팁스 정책포럼'에서는 코스닥시장 체질개선에 따른 기술 중소·벤처기업의 기업공개(IPO) 기회와 과제가 집중 논의됐다. 한국스케일업팁스협회와 전자신문이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에는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VC), 증권사, 기술평가기관, 법률·회계 전문가 등이 참석해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편 방향을 모색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운영체계 개선을 비롯해 기술평가 전문성 강화, 상장폐지 심사 정교화, IPO 주관사의 사후관리 책임 확대 등 종합적인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관리·통제식 코스닥 벗어나야”…벤처업계, 시장 운영방식 전환 촉구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총장은 코스닥 체질개선에 앞서 시장의 본질과 지배구조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스닥은 당초 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설계된 자본시장이지만, 금융당국의 관리·통제 중심 운영으로 본래 취지가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이 사무총장은 “금융당국은 이미 성장하고 안정된 기업이 상장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벤처업계는 한두 가지 핵심 경쟁력을 가진 기업도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평가받아야 한다고 본다”며 “기술특례상장에서도 매출 실적을 중시한다면 일반 상장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했다.
특히 제도 개편 과정에서 벤처업계의 현장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0년간 나스닥 지수는 2200%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20% 하락했다”며 “나스닥처럼 우량 혁신기업과 투자자금을 적극 유치하는 시장으로 운영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벤처기업들이 해외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도 코스닥에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본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중회 LB인베스트먼트 전무이사는 기술력과 성장성이 검증된 기업의 시장 진입을 지원하고, 상장 이후 사업화 목표를 장기간 달성하지 못한 기업은 퇴출하는 '선진입·후퇴출' 구조를 제안했다. 구 전무는 “기술특례상장 평가기준을 매출이나 흑자 전환 등 재무지표에만 맞추면 소재·부품·장비와 바이오 등 딥테크기업의 혁신생태계와 자본순환 구조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술평가 기준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전무는 “예비 기술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은 기업도 본평가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받는 사례가 있다”며 “평가기관에 따른 편차를 줄이고 탈락 기업에도 구체적인 사유와 보완사항을 알려주는 피드백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벤처투자 회수가 코스닥 상장에 집중된 만큼 IPO 심사 지연과 기준의 불확실성이 벤처펀드 청산 지연과 신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에 한국거래소에는 산업별 딥테크 전문가 확보와 기술개발 단계별 선행지표 반영을, 정부에는 벤처펀드 운용기간 내 자율적인 투자·회수가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인수합병(M&A)을 통한 회수시장 활성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시총 낮다고 퇴출?”…기술기업에 성장·소명 기회 줘야
정지원 삼일PwC 성장지원센터장은 상장폐지 기준 강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시가총액만으로 기술기업의 존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약 개발과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기술 분야는 연구개발부터 인허가, 양산과 매출 발생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기술특례상장 제도와 상장유지 기준 간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센터장은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이라는 정책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시가총액이 반드시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준은 엄격하게 유지하되 판단은 정교하게 하고, 절차는 예측 가능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시가총액 800억원 수준의 기업이 인수합병(M&A) 과정에서는 자산가치와 수익성을 인정받아 2400억원의 기업가치로 평가된 사례도 소개했다.
이에 금융위원회에 시가총액 기준 미달 기업의 사업화 진척도와 현금 보유 수준, 후속 자금조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소명 절차 마련을 요청했다. 객관적인 기술개발 성과가 확인된 기업에는 제한적인 개선 기회를 부여하고, 필요하다면 특례기간 연장과 최대주주 보호예수 강화 등을 연계해 책임경영을 유도하자는 제안이다.
아울러 관리종목 지정에 따른 낙인효과를 줄이기 위해 시가총액과 현금 소진, 기술개발 지연 등을 사전에 파악하는 조기경보체계 도입도 제안했다. 정 센터장은 “상장기업이 자금조달을 추진하면서도 정관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한도 때문에 투자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며 상장 이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에 대한 실무교육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평가기관마다 등급 제각각”…기술평가·공모가 검증 손질 요구
기술특례상장 평가의 전문성과 일관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성길 김앤장법률사무소 전문위원은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벤처기업의 자금조달과 성장에 기여했지만, 일부 기업의 상장 이후 성과 부진으로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와 우량기업 선별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평가기관마다 전문가의 전문성과 판단 기준이 달라 동일 기업에 대한 기술평가 결과가 두 등급 이상 차이 나는 사례를 문제로 꼽았다. 이 전문위원은 “기술특례상장 제도 자체는 비교적 잘 갖춰져 있지만 평가자들의 눈높이가 서로 다른 것이 핵심 문제”라며 “산업별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평가자 교육을 통해 심사기준을 표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도 기존 투자유치용 자료에 의존하기보다 기술의 독창성과 경쟁 우위, 사업성을 객관적인 근거로 입증해야 한다”며 “투자자 보호와 혁신기업의 시장 진입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기술기업의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미래 실적 추정치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2024년부터 올해 10월 12일까지 혁신기술 트랙으로 상장한 기술기업 88개사는 모두 주가수익비율(PER)을 활용한 상대가치 평가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제시됐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미래 추정 순이익과 비교기업 선정에 따라 공모가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고객사 투자 지연, 기술 상용화 일정 변경 등 위험 요인을 증권신고서에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PO 주관사가 상장 이후에도 추정 실적과 실제 성과의 차이를 점검하고 투자자 소통을 지원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기술평가업계에서는 첨단기술의 원천성과 확장성, 사업화 단계별 검증 수준을 반영한 평가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거래소에는 기술 특성을 반영한 평가항목 도입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는 매출 추정의 주요 가정과 상장 이후 실제 실적을 비교하는 공시체계의 내실화를 요청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코스닥 개편이 상장 요건과 퇴출 기준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기업의 성장자금 조달과 벤처투자 회수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했다. 정부와 거래소가 업계의 현장 의견을 반영해 혁신기업의 성장 기회와 투자자 보호를 함께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장폐지 기준 강화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성 교수는 “백화점의 경쟁력은 할인 매대에 상품이 얼마나 있느냐가 아니라 명품관에 어떤 브랜드가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코스닥도 우량 혁신기업을 얼마나 육성하느냐가 중요하지, 단순히 실적이 부진한 기업을 퇴출한다고 시장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횡령이나 분식회계, 불공정거래 등 중대한 문제가 있는 기업은 신속히 퇴출해야 하지만, 기술개발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기업까지 획일적인 기준으로 퇴출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며 “상장폐지는 기업뿐 아니라 투자자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주는 만큼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는 최소한의 생존 기회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