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2700조' 앤트로픽 “삼전닉스가 반도체 안주면 AI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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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메모리 제조사 공급 결정 따라 영향 경고
IPO 증권신고서에 사업 위험 요인 지목
소수업체 주도…컴퓨팅 자원 확보 차질 우려

기업가치 최대 2700조원을 목표로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의 공급 결정에 따라 사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핵심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27일 앤트로픽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기업공개(IPO)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AI용 메모리와 가속기 공급망의 집중도를 주요 사업 위험으로 지목했다. 앤트로픽은 제조사의 생산 물량 배분이나 전략적 결정에 따라 사업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소수 업체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AI용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이들 제조사가 대형 구매자나 경쟁사와 독점 공급 계약을 맺거나 특정 고객사에 생산 물량을 우선 배정하면 앤트로픽이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는 데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메모리 제조사들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진단했다. AI 서비스 확산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생산 확대 속도가 시장의 수요 증가를 따라잡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첨단 반도체 위탁생산이 대만 TSMC에 집중된 점도 잠재적 위험으로 언급됐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등을 생산하는 TSMC에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거나 대만과 중국 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대만의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취약성도 위험 요인으로 제시됐다.

앤트로픽은 과거 TSMC가 첨단 반도체 수요를 충분히 충족하지 못해 필요한 칩을 적기에 확보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대만에서 군사적 충돌이나 봉쇄, 자연재해 등이 발생하면 공급망 혼란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사업과 재무상태, 영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통상정책과 수출 규제도 변수다. 앤트로픽은 하드웨어 상당량이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된다며 관세와 수입 제한, 무역분쟁에 따른 추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 등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첨단 반도체 및 제조장비 수출통제가 강화되거나 정책이 변경되면 컴퓨팅 자원의 확보 가능성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뿐 아니라 컴퓨팅 인프라 비용도 빠르게 늘고 있다. 앤트로픽의 올해 상반기 컴퓨팅·인프라 비용은 89억4500만달러(약 11조9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억3400만달러(약 3조1000억원)보다 약 283% 증가했다. AI 모델 개발과 서비스 이용량이 확대되면서 컴퓨팅 자원 확보에 필요한 비용 부담도 커진 것이다.

경쟁사들의 공급망 수직계열화 가능성도 부담으로 지목됐다. 주요 AI 기업들이 반도체 설계와 생산, 데이터센터 운영에 직접 뛰어들거나 하드웨어 제조사와 독점 계약을 맺으면 경쟁사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대규모 컴퓨팅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위험 요인 공개는 앤트로픽이 최대 2조달러(약 2700조원)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왔다. AI 산업의 높은 성장 기대에도 핵심 반도체 공급 부족과 생산시설의 지역적 집중이 사업 확대를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알린 것이다. 높은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려면 AI 모델의 경쟁력뿐 아니라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반도체와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는 능력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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