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사이버 보안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미토스'가 27년간 발견되지 않았던 취약점까지 찾아낸 데 이어, 최근 국내 금융권에서는 AI 기반 침투테스트 도구 '아르텍스'를 활용한 공격 정황이 포착됐다. AI가 취약점 발견부터 공격 실행까지 수행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방어체계도 AI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I 해킹 확산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IBM이 지난 7월 발표한 '2026 데이터 유출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악의적 침해사고 중 AI가 활용된 비중은 약 25%로, 전년 대비 9% 포인트(56%) 증가했다. AI가 공격에 필요한 시간과 전문성을 낮추면서 공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의 피해 부담도 커졌다. AI 활용 데이터 유출 사고의 평균 비용은 600만달러(약 79억원)로 전체 평균인 499만달러(약 66억원)보다 약 100만달러 많았다. 공격자는 더 적은 비용으로 공격을 시도하지만 기업은 탐지와 대응, 복구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구조다.
반면 방어에 AI를 활용한 조직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 보안 운영에 AI와 자동화를 광범위하게 도입한 조직은 사용하지 않은 조직보다 데이터 유출 사고 비용이 평균 193만달러(약 26억원) 적었고, 탐지·차단에 걸린 시간도 65일 짧았다.

이는 AI가 방대한 보안 정보를 신속히 분석하고 대응을 지원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100% 안전한 사이버 보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취약점을 사전에 보완하는 동시에 공격자의 공격 비용을 높여 시도를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AI로 공격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면서 적은 자원으로도 여러 기업을 겨냥한 공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나의 방어선을 뚫더라도 다음 단계마다 추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도록 만드는 다층 방어가 필요한 이유다.
보안업계는 이를 위해 공격 이전부터 침투 이후까지 AI를 접목하고 있다.
공격표면관리(ASM)와 지속적 위협 노출관리(CTEM), AI 침투검증으로 외부 노출 자산과 악용 가능한 취약점을 찾아낸다. 웹·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보안은 자동화 공격을 차단하고, 엔드포인트 탐지·대응(EDR)과 확장 탐지·대응(XDR)은 여러 시스템의 이상 징후를 연계 분석한다.
AI 보안관제는 수많은 경보에서 실제 위협을 선별하고, 제로트러스트와 접근권한 통제는 침투 이후 내부 이동과 정보 유출을 제한한다.
다만 AI의 오탐이 정상 업무를 중단시킬 수 있는 만큼 중요한 조치에는 사람의 감독도 병행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AI 해킹에 맞서려면 위협을 먼저 찾아내고, 공격을 신속히 차단하며, 방어선을 겹겹이 쌓아 공격의 경제성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홍준호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교수는 “특정 보안 솔루션의 탐지율에만 의존하기보다 다층 방어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공격자가 침투하더라도 추가적인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도록 만들고, 내부 확산과 피해 발생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