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정부가 사이버 공격이나 극한 기상현상 등으로 전기·수도·통신 등 필수 서비스가 끊길 가능성에 대비해 각 가정에 최소 사흘치 식량과 물 등 비상용품을 준비해둘 것을 권고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내각부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국민의 재난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한 '비 레디(Be Ready)' 캠페인을 시작했다. 향후 3년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캠페인은 악천후나 사이버 공격 등으로 일상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가정이 최소 3일 동안 버틸 수 있도록 대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지난해 겨울 폭풍과 올해 여름 산불 등을 거치며 전력과 수도, 휴대전화 신호, 인터넷 등 필수 서비스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정부가 제시한 비상대비 목록에는 1인당 하루 3리터를 기준으로 한 사흘치 식수와 냉장·조리가 필요 없는 비상식량이 포함됐다. 통조림 고기와 생선·채소, 말린 과일과 견과류 등 장기 보관 가능한 식품을 준비하도록 했다.
정전에 대비한 손전등과 여분의 건전지, 담요와 따뜻한 옷, 통신 두절 시 정보를 얻기 위한 건전지식 또는 수동 충전식 FM 라디오와 보조배터리도 권고 목록에 포함됐다.
전자결제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현금도 일정 부분 보관하도록 했다. 여권과 출생증명서, 보험 서류 등 주요 문서 사본과 비상연락처, 복용 중인 약의 종류와 복용량도 미리 정리해두도록 권고했다.
구급상자와 기본 의약품도 준비 대상이다. 영유아가 있는 가정에는 분유와 기저귀, 물티슈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는 사료와 추가 식수를 준비하도록 했다.
정부는 한꺼번에 물품을 사재기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집에 이미 있는 물건을 확인한 뒤 평소 장을 볼 때 조금씩 추가해 비축하고, 유통기한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라고 안내했다.
또 고령자와 장애인 등 취약계층은 가스·전기·수도업체가 비상 상황에서 우선 지원 대상을 파악할 수 있도록 '우선지원서비스 등록부(Priority Services Register)'에 등록할 것을 권고했다.
영국 정부는 사흘간 비상 상황에 대비하도록 하는 방식이 프랑스와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에서도 이미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댄 자비스 영국 안보장관은 “대형 폭풍과 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해 간단한 조치를 취하면 응급서비스의 부담을 줄이고, 도움이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 우선 지원이 돌아가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새 지침이 공개된 뒤 관련 상품 판매도 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의 한 비상용품 판매업체는 캠페인 발표 후 24시간 동안 평소 한 달치에 해당하는 주문이 몰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체는 지난 8월 캠페인 관련 소식이 처음 알려진 이후 자사 웹사이트 방문량이 700% 증가했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까지 대규모 사재기나 공황 구매로 이어졌다는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 가디언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사흘치 물품을 준비하라는 권고가 일반 가정에서도 감당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준”이라고 전했다.
영국 적십자의 로라 스콧 회복력 담당 이사는 “비상사태가 언제 발생할지는 통제할 수 없지만 간단한 준비를 통해 가족과 친구, 이웃을 도울 수 있다”며 “명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는 위기의 영향을 줄이고 생명을 구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