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취재하던 기자가 물속으로?…침수차량 운전자 '극적 구조'

Photo Image
호주 ABC 소속 기자 윌 머레이(왼쪽)와 인근을 지나던 행인 대니얼 헤이니가 침수된 차량 안에서 운전자를 구조하고 있다. 사진=ABC 방송 캡처
호주 ABC 기자·시민, 물에 가라 앉는 차량으로 뛰어들어

호주에서 홍수 현장을 취재하던 방송기자와 시민이 물에 잠겨 가는 차량으로 뛰어들어 운전자를 구조하면서 현지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호주 공영 ABC 소속 기자 윌 머레이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브리즈번 북쪽 모레이필드에서 폭우와 홍수 상황을 취재하던 중 침수된 도로로 진입하는 사륜구동 차량 한 대를 목격했다.

머레이를 포함한 취재진은 해당 도로의 물이 상당히 깊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차량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차량은 침수 구간에 들어선 직후 물살에 떠밀리기 시작했고, 이내 시동이 꺼지면서 점차 가라앉았다.

당시 머레이와 촬영팀은 현장에서 생방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머레이는 차량이 가라앉는 모습을 보고 즉시 호주 긴급전화인 '트리플 제로(000)'에 신고했다. 그러나 신고를 하는 동안 운전자가 물 속으로 사라지자, 머레이는 신고 전화를 영상 기자 리즈 피커링에게 넘긴 뒤 신발을 벗고 차량을 향해 헤엄쳤다.

현장을 목격한 시민 대니얼 헤이니도 곧바로 구조에 합류했다. 헤이니는 상의를 벗은 채 물속으로 뛰어들어 차량 위까지 접근하는 등 적극적으로 인명 구조에 나섰다.

두 사람은 차량에 도착해 문을 열려고 했지만 쉽게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앞쪽 문들이 움직이지 않자 뒷유리를 깨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그 사이 차량은 계속 가라앉았고 물은 운전자의 어깨 높이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머레이는 조수석 뒤쪽 문을 열기 위해 차량에 발을 대고 힘껏 당겼다. 문이 조금 벌어지자 물이 차량 안으로 밀려들었고, 이 과정에서 압력이 변하면서 문이 더 크게 열렸다.

Photo Image
호주 ABC 소속 기자 윌 머레이(오른쪽)와 인근을 지나던 행인 대니얼 헤이니(왼쪽)가 침수된 차량 안에서 운전자(가운데)를 구조하고 있다. 사진=ABC 방송 캡처

운전자는 열린 문을 통해 차량 밖으로 빠져나왔고, 머레이와 헤이니는 그를 붙잡아 얕은 곳까지 이동시켰다. 구조 직후 차량은 완전히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머레이는 “셋이 모두 안전한 곳으로 나온 뒤 서로 껴안았다”며 “눈앞에서 한 사람이 익사하는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문이 열렸을 때 정말 큰 안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함께 구조에 나선 헤이니도 운전자가 “정말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구조 장면을 촬영한 피커링은 “두 사람이 분명히 그 남자의 목숨을 구했다”고 전했다.

구조된 운전자는 병원으로 이송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머레이에게 도로 통제 표지판을 보지 못했고 물이 이처럼 깊을 줄 몰랐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 지역에는 짧은 시간 동안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ABC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약 170㎜의 비가 내렸으며, 뉴욕타임스는 모레이필드 일대에 약 6시간 동안 9인치(약 230㎜)의 비가 쏟아졌다고 전했다.

호주 기상청은 앞서 일부 지역에 100㎜ 이상의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강수량은 이를 크게 웃돌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6시간 동안 이 정도 비가 내리는 것은 호주 어느 지역에서도 매우 많은 양”이라며 돌발 홍수 위험을 경고했다.

머레이는 구조를 마친 뒤 침수 도로의 위험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상황이 얼마나 빠르게 악화될 수 있는지 직접 봤다”며 “정말 무서운 일이었다. 홍수로 물이 찬 도로에는 절대 차를 몰고 들어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퀸즐랜드 소방당국 역시 주민들에게 홍수로 불어난 물에 들어가거나 헤엄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다만 당시 머레이와 헤이니는 차량이 빠르게 가라앉는 긴급한 상황에서 구조에 나섰다. 응급구조대는 구조가 끝난 뒤 약 10분 후 현장에 도착했다.

머레이는 자신을 영웅이라고 부르는 데는 손사래를 쳤다. 슈퍼맨의 또 다른 자아인 기자 '클락 켄트'와 비교하는 말에도 “안경을 쓰고 기자라는 점은 같지만 멋진 외모는 아니다. 세 가지 중 두 가지면 나쁘지 않다”며 농담을 던졌다.

그는 오히려 이번 일을 통해 응급구조대원들에 대한 존경심이 더 커졌다고 했다. 머레이는 “아드레날린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며 “이런 일을 정기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해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 놓치면 아쉬운 정보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