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안보와 공급망 협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전략적 협력국을 중심으로 해외 재경관 파견을 확대할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미국·중국 등 주요국에 집중됐던 경제외교의 외연을 전략적 협력국으로 넓히고, 금융·방산·핵심광물 등 분야별 협력 기반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 내부에서 2027년 싱가포르·폴란드·캐나다·호주 등 4개국에 재경관을 신설하는 방안이 초기 구상 단계에서 논의되고 있다. 향후 외교부와 협의를 거쳐 재외공관 직위 및 정원 신설 등 관계부처 협의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경관은 해외 재외공관 등에 파견돼 주재국의 경제·금융 동향을 파악하고 본국에 보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현지 정부와의 경제협력, 투자·금융 현안 조율은 물론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경제외교 창구 역할도 수행한다.
이번 신설 검토는 국가별 산업·금융 협력 수요에 대응하면서 글로벌 경제질서 재편에 대비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단순한 경제동향 파악을 넘어 현지에서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정책금융과 연계하는 기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국제금융 중심지로 글로벌 투자정보와 금융 네트워크가 집중된 곳이다. 올해 수출입은행의 투자 기능을 확대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된 만큼 기존 대출·보증 중심의 정책금융을 투자 영역으로 넓히는 과정에서 현지 금융정보 확보와 투자사업 발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와의 양자 경제협력 강화도 기대할 수 있다.
폴란드는 방산 수출과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을 위한 중·동유럽 거점으로 주목된다. 한국 방산기업의 주요 수출시장인 동시에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대규모 재건사업에는 건설·인프라뿐 아니라 금융지원도 수반되는 만큼 현지 경제협력과 정책금융을 연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와 경제안보 협력 측면에서는 캐나다와 호주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된다. 두 나라는 핵심광물과 에너지 자원이 풍부해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협력 대상으로 꼽힌다. 한국의 기술력과 정책금융을 현지 자원개발·투자사업에 결합해 협력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교적 측면에서도 미국·중국 등 강대국 중심의 양자관계를 넘어 이해관계가 유사한 주요 경제국과 협력 기반을 다변화하려는 의미가 있다. 통상·공급망 문제에서 한국이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데 따른 부담을 줄이고,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재경관 신설 추진은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와 경제안보 역량 강화 기조에도 부합한다. 경제외교의 범위를 전통적인 주요국에서 금융·산업·자원 분야의 전략적 협력국으로 확대하고, 현지 정보 수집부터 투자사업 발굴과 금융지원까지 연결하는 경제외교 체계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조성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호주와 캐나다는 선진국이면서 자원 부국인 만큼 현지에 직접 거주하며 정부 관계자들과 긴밀히 협력하면 산업 수요와 정책 동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기업 간 비즈니스 매칭이나 국제협력 의제를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