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만원으로 창업 OK!”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2026 IFS 프랜차이즈 창업·산업 박람회' 현장에서 받아 든 안내 책자 문구가 눈에 꽂혔다. 통장에 1억원이 있다고 치자. 이 정도면 사장님 명함 한 장쯤은 파볼 만하지 않을까. 먹는 데는 자신 있지만 장사는 모르는 기자가 초보 예비 창업자가 돼 박람회장을 둘러봤다. 계획은 단순했다. 직원 없이 돌아가는 무인 카페, 아니면 테이블 없는 배달 전문 커피숍. 1억원이면 돈이 남을 줄 알았다.
첫 상담부터 계획이 흔들렸다. 부산에서 출발해 전국 220여개 매장을 둔 한 커피 브랜드 상담 직원은 무인 카페 얘기에 고개를 저었다. 손님 응대도 커피값에 포함되는 만큼 한국 정서에선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이 브랜드의 10평 매장 창업비는 7100만원. 박람회 현장 할인을 받으면 6000만원대 후반까지 내려간다고 했다. 안도도 잠시, 책자 하단의 작은 글씨가 보였다. 부가세와 가구는 별도, 철거·전기 증설·소방도 제외. 점포 보증금과 권리금은 아예 계산에 없다. 이 직원은 “별도 사항 붙고 붙고 하다 보면 결국 (다른 브랜드와) 똑같아진다”며 “보통은 1억 생각하셔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계열 커피 브랜드 부스의 숫자는 더 컸다. 25평 기준 창업비는 1억5345만원(부가세 별도)이다. 월매출 2500만원을 가정한 예상이익은 447만원이었다. 단순 계산하면 투자비를 거둬들이는 데만 34개월이 걸린다. 로열티 2%와 점포 보증금은 넣지도 않은 계산이다.

커피를 접고 '1인 창업 특별관'으로 향했다. 한 소바 브랜드 비용표는 가맹비·교육비·홍보비 2300만원에서 시작했지만 20평 기준 인테리어·주방설비·기물·가구·간판을 더하니 9000만원을 넘었다. '1인'은 일하는 사람 수였지 지갑 두께가 아니었다. 호두과자 브랜드 책자엔 최고 월매출 3423만원이 큼지막했다. 같은 책자 수익 예시표의 매출은 1471만원, 순수익은 571만원이었다.
그렇다면 진짜 무인은 어떨까. 한 무인 빨래방 모델은 가맹비가 없었지만 장비 3세트 7200만원, 인테리어 3000만원이 붙었다. 두 줄만 더해도 1억원을 넘는다. '3000만원대 창업'을 내건 한 무인 전자담배 매장도 인테리어와 초도물량을 따로 계산하면 5800만~6500만원으로 불어난다. 인건비를 아끼는 대신 장비값을 먼저 치르는 구조다. 물론 부가세와 보증금, 권리금은 별도다.
통계도 냉정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맹 브랜드는 1만3725개로, 이 중 74.4%가 가맹점 10개 미만인 소규모 브랜드다. 커피 가맹점은 2만9101개(2024년 말 기준)로 1년 새 4% 늘었다. 국세청 통계로 보면 100대 생활업종 창업자 10명 중 6명은 5년 안에 문을 닫는다.
계산기를 내려놓고 컨설팅존을 찾았다. 30년간 창업 컨설팅을 해온 이홍구 한국창업트렌드연구소장에게 1억원짜리 창업 계획을 털어놓자 답은 단호했다. 그는 “보증금과 권리금, 인테리어 비용을 더하면 1억원으로 가능한 아이템은 거의 없다”며 “현실적인 소자본 기준은 1억5000만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인 점포에 1억원을 투자해 월 200만원 이상 남는 아이템이 있었다면 이미 창업자가 구름같이 몰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행보다 자신과 맞는 아이템을 고르는 것이 먼저”라며 “브랜드가 내거는 랭킹이나 월매출에 현혹되지 말고 순수익을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소진 기자 soj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