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중요한 건 주주” 강조한 장형진…2년후 고려아연 주총 표대결선 영풍 '완패'

3% 룰 적용 감사위원 맞대결서 고려아연 측 백인규 81.8%…MBK·영풍 박유경 27.9%
장 고문 “주주들 생각봐야 회사 오래 간다”…2년 뒤 표심은 고려아연 현 경영진 '손'

영풍과 MBK파트너스(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2년을 넘긴 가운데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며 장형진 영풍 고문이 내놨던 과거 발언들이 잇따라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MBK를 “믿음직한 회사”라고 평가했던 발언이 홈플러스 사태와 MBK 경영진의 사법리스크 등으로 다시 주목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제일 중요한 건 주주”라던 장 고문의 발언도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나타난 실제 주주의 표심이 장 고문이 손잡은 MBK나 영풍이 아닌 고려아연 현 경영진 측으로 크게 기울면서다. 특히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돼 일반주주의 의사가 상대적으로 크게 반영되는 분리선출 감사위원 표결에서 양측 후보 간 큰 격차가 나타났다. 그러면서 장 고문이 2년 전 강조했던 '주주'라는 명분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 고문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초기부터 MBK와 손잡은 배경으로 '주주'를 들었다. 그는 2024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걸 봐야 회사가 오래 간다”고 했다. 가족들에게도 “주주를 위한 길을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전했으며, 지역사회와 노조 등의 반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주주들의 지지가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2년이 흘러 지난 9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의 최대 승부처였던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임 표결에서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후보는 출석 의결권 수 기준 81.8%의 찬성을 얻었다. 반면 MBK·영풍 측이 추천한 박유경 후보의 찬성률은 27.9%에 그쳤다.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출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3% 룰'이 적용된다. 양측 대주주 지분 경쟁보다 외국인과 기관, 개인 등 일반주주의 선택이 승부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이에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출이 일반주주들의 표심을 읽는 한 척도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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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덕 고려아연 대표가 9일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열린 제53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개회 선언을 앞두고 있다. 2026.9.9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이번 고려아연 임시주총 투표에 참여한 외국인과 외국기관은 98.3%가 백 후보를 선택했다. 국내 개인주주도 79.1%가 백 후보에게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의 백 후보 지지율은 86.9%였다. 반면 박 후보 지지율은 국내 개인주주 20.9%,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 13.1% 등에 머물렀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도 비슷한 흐름이다. 당시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이사 5인 선임안'은 출석 의결권 수 기준 62.98%의 찬성을 얻어 영풍·MBK 측 '6인 선임안'의 52.21%를 앞섰다. 집중투표로 선출된 이사 5명 가운데 3명도 고려아연 측 후보들이 선출됐다. 양측의 우호 지분율이 약 40%대로 추정됨을 고려하면, 일반주주들이 고려아연 현 경영진 측에 더 힘을 실어줬음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영풍·MBK는 적대적 M&A 초기부터 현 경영진의 지배구조와 주주가치 훼손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작 일반주주의 의사가 크게 반영되는 구조의 표대결에서는 현 경영진 측에게 표심이 쏠리면서 과거 이들이 내세웠던 적대적 M&A의 명분이 힘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풍측 사정을 보면, MBK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 이후 홈플러스 사태, 롯데카드 고객정보 유출 등 위기가 연이어 불거지며 평판 리스크에 직면했다. 최근에는 김병주 MBK 회장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고도 단기채권을 발행한 뒤 기업회생을 신청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친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다.

영풍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내는 등 실적 저조에 시달렸으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이익 규모는 크지 않다.

반면 고려아연은 지난 상반기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또 미국 테네시주 제련소 건설 사업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발표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 주요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장 고문이 경영권 분쟁을 시작할 당시 가장 강조했던 명분 가운데 하나가 주주였던 만큼 결국 그 주주들이 실제 표결에서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가 중요하다”며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된 감사위원 선거에서 나타난 압도적인 표 차이는 MBK·영풍 측이 주장해온 경영권 교체와 주주가치 제고 논리가 일반주주들에게 충분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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