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TV를 통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대회'를 보다가 적잖이 놀랐다. 400m 결승에서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38.15초 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인간 세계 기록 43.03초보다 약 5초나 빨랐다.
중국은 로봇을 단순한 신산업의 하나로 보고 있지 않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센서, 배터리, 정밀제어, 제조업을 결합하는 미래 핵심 플랫폼으로 육성하고 있다. 기술 개발에서 생산, 가격 경쟁력, 대규모 실증과 시장 확산까지 연결하는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최근 중국 로봇의 약진을 보면서 우리 연구진의 모습을 떠올렸다. 지난해 여름에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자들은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한 대의 사족보행 로봇을 시험하고 있었다. 이름은 '에디(EDDI)'다. 시각장애인의 이동을 돕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안내견 로봇이다.
우리나라에는 약 25만명의 시각장애인이 있지만 실제 안내견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다. 안내견 한 마리를 양성하는 데 1억원의 비용과 2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훈련을 마쳐도 실제 분양까지 이어지는 비율도 30% 정도이다.
에디는 이렇듯 장애인의 현실적인 어려움에서 출발했다. 지도나 GPS가 없어도 주변 공간을 인식하고,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길과 그렇지 않은 길을 판단한다. 계단이나 장애물을 발견하면 멈추거나 안전한 경로를 찾고, 음성을 통해 주변 상황을 설명해 주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사용자가 하네스를 잡으면 사람의 움직임과 힘을 감지하면서 함께 이동하도록 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에디가 당장 안내견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세계 최고라고 자랑할 단계도 못된다. 중국 등 로봇 선진국의 휴머노이드와 비교하면 기술 격차가 상당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봇은 앞으로 자동차나 스마트폰 못지않은 거대한 산업이 된다. AI가 로봇이라는 '몸'을 입기 시작하면서 제조·물류·의료·돌봄·국방·재난 대응 등 모든 산업의 모습을 바꿀 것이다. 피지컬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에게 닥치게 될 중요한 문제는 기술 종속이다. 우리가 핵심 로봇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미래의 산업 현장과 일상생활에서 해외 로봇과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이 중국산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에 대해 안보를 이유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로봇이 더 이상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전략기술이 됐음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급한 추격 경쟁보다는 지속적인 국가 전략이다. 필자 의견은 첫째, 로봇과 AI를 하나의 산업으로 봐야 한다. AI 두뇌와 센서, 통신, 반도체, 모터와 감속기, 배터리, 로봇 데이터와 제조기술을 연결하는 장기적인 국가 로드맵이 필요하다.
둘째, 연구실의 기술을 실제 현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병원과 공장, 물류센터, 재난 현장, 장애인과 고령자의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로봇을 시험하고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셋째, 우리만의 '필살기'를 만들어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중국과 정면승부하기는 매우 어렵다. 대신 돌봄, 의료, 장애인 지원, 제조, 국방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
연구진의 '에디' 역시 그런 도전 중 하나다. 빠르게 달리는 로봇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의 손을 잡고 안전하게 길을 안내하는 로봇 역시 우리 사회에는 꼭 필요한 기술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장기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연구자가 마음껏 도전할 수 있도록 하며, 산업과 연구 현장을 긴밀하게 연결해야 한다.
앞으로 로봇은 사람과 경쟁하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동반자가 될 것이다. 그 로봇의 두뇌와 몸, 그리고 핵심기술을 우리 스스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피지컬 AI 시대의 기술 주권은 이렇게 시작된다.
박세웅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sbahk@etr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