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섞었을 뿐인데”…고려대, 리튬이온전지 용량·충전 속도 모두 높이는 음극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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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온 고려대 KU-KIST융합대학원 석사과정(제1저자), 윤영수 교수(교신저자)(왼쪽부터)

복잡한 공정 없이 두 음극 소재를 단순히 섞기만 해도 배터리 용량과 충전 속도가 모두 향상된다. 고려대학교 KU-KIST융합대학원 윤영수 교수 연구팀이 리튬이온전지의 음극 소재인 '흑연'과 '하드카본'을 물리적으로 혼합해 높은 성능을 구현했다.

리튬이온전지는 전기자동차, 휴대용 전자기기, 에너지저장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이처럼 쓰임새가 넓어지면서 한 번 충전으로 더 오래가면서도(더 높은 에너지밀도), 빠르게 충전되는 성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흑연은 안정적이고 효율이 높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현재 리튬이온전지 음극 소재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급속 충전을 하면 리튬 이온이 충분히 저장되지 못해 용량이 감소하고, 때에 따라 리튬 금속 석출로 인한 배터리 화재 위험도 존재한다.

다른 탄소 소재인 하드카본은 흑연과 다른 구조(결함 구조, 나노기공)로 리튬을 빠르게 저장할 수 있지만, 단독으로 사용하기에는 전극 밀도와 초기 효율이 낮고 자체 저항으로 충전이 조기에 끊기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흑연과 하드카본을 화학적으로 결합하거나 복잡한 공정을 거치지 않고, 가루 형태 그대로 섞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혼합했다. 그 결과, 두 소재가 서로의 리튬 저장 반응을 도와주는 새로운 상호작용을 보였다. 흑연은 일정한 전압 구간을 제공하여 하드카본이 충분히 리튬을 저장할 수 있도록 돕고, 하드카본은 급속 충전 시 전류 부담을 줄여 흑연의 용량 저하 한계를 극복했다.

최적화된 흑연-하드카본 혼합 음극은 약 500 mA h g⁻¹의 높은 가역용량을 나타냈으며, 16배 높은 전류 조건에서도 351 mA h g⁻¹의 용량을 유지했다. NCM811 양극과 조합한 완제품 형태의 전지에서도 흑연 음극 기반 전지보다 높은 에너지밀도(+21.8%)와 출력밀도(+14%)를 보여, 고에너지·고출력 리튬이온전지 음극 소재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는 하드카본이 단순히 흑연을 보조하는 첨가제가 아니라, 흑연과 함께 리튬 저장 경로를 조절하는 능동적인 소재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복잡한 합성 공정 없이 물리적 혼합만으로 성능 향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세대 리튬이온전지 음극 설계에 실용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연구 성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IF=19.9)' 온라인에 8월 21일 게재됐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조호현 기자 hoh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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