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협회는 비개발자를 위한 인공지능(AI) 업무혁신(AX)·바이브코딩 실무자 양성과정을 진행했다. 규제 대응, 프로젝트 관리, 대외 영업 담당자들이 교육이 끝났을 때 손에 쥔 것은 발표 자료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각종 규제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관리하던 담당자는 규제 대응 지원 프로그램을, 전문 관리 툴의 커스터마이징이 늘 불편했던 프로젝트 담당자는 핵심 기능만 담은 관리 도구를, 고객 민원을 정리할 시스템이 없던 영업 담당자는 민원 관리 프로그램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나흘 전까지만 해도 이들에게 이런 요구는 적잖은 예산을 들여 외부에 외주를 맡기거나, 그냥 기존 아날로그 방식으로 버티며 포기해야 할 일이었다.
먼저 걷어내야 할 것은 바이브코딩을 둘러싼 오해들이다. '개발자만 할 수 있다' '결국 코드를 알아야 쓸 수 있다' '장난감 같은 결과물만 나온다' '어차피 회사에서 쓸 수준은 못 된다'는 인식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바이브코딩의 핵심은 문법 암기가 아니라,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AI와 대화하며 원하는 결과물을 반복적으로 다듬어가는 과정이다. 개발 경험이 전혀 없는 실무자도 나흘 만에 자신의 업무에 맞춘 프로그램을 완성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완벽한 코드'보다 '업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직접 만든 도구'가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개발 지식의 유무보다 문제를 얼마나 정확히 정의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런 변화가 개발자의 입지를 좁힐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실제로는 역할이 이동할 뿐이다. 현업이 만든 도구가 조직 전체로 퍼지고 보안·연동 요건을 갖춰야 하는 순간, 전문 개발자의 설계 역량이 다시 필요해진다. 개발자는 사소한 반복 요청에 매번 대응하는 대신, 현업의 프로토타입을 검토하고 조직 차원의 표준 자산으로 승격시키는 역할로 옮겨간다. 대체가 아니라 위치 이동이며, 이 과정에서 개발자는 더 높은 수준의 설계·아키텍처·거버넌스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결국 현업과 개발자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협업의 접점이 이전보다 훨씬 앞단으로 당겨지고 그만큼 소통의 밀도도 높아지는 셈이다.
교육 시간의 절반은 '만드는 법'이 아니라 '신뢰하는 법'에 쓰였다. 환각 위험이 큰 지점을 짚어내는 법, 검증 체크리스트와 재현 가능성을 확보하는 법, 그리고 도입 이후 성과가 없을 때 멈출 기준까지 미리 설계하는 법을 함께 다뤘다. 진짜 AX는 프롬프트를 잘 쓰는 개인기가 아니라, 조직이 산출물을 검증하고 책임 소재를 정하고 필요하면 멈출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도구의 민주화는 시작일 뿐, 거버넌스의 재설계가 본론이다.
협회는 이번 교육에서 나온 경험을 정리해 다음 기수 교육 자료로 발전시키고, 수료 이후 실제 업무 적용 여부도 지속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비개발자가 도구를 만드는 풍경은 이제 일부 얼리어답터의 이야기가 아니라, 조만간 대부분의 기업 현장에서 마주하게 될 일상이 될 것이다. 그 변화의 폭과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도구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조직에 착륙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이것이 진정한 AX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전일 한국디지털문서플랫폼협회 사무국장 ijeon@ddp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