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삭제 요청에 불응하며 불법촬영물을 반복 유포하는 불법사이트를 뿌리 뽑기 위해 사이트 개설을 독립 범죄로 처벌하고 광고 등 수익원을 차단하는 통합 대책을 내놨다. 개별 촬영물 삭제 지원에 머물던 대응을 사이트 자체 무력화로 전환한다.
성평등가족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경찰청은 '범정부 디지털 성범죄 대응 협의체'를 통해 마련한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을 20일 발표했다.
정부는 피해자 지원 과정에서 확보한 불법사이트 3만4628개와 최근 검거된 27건의 수사자료를 심층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대책을 마련했다. 분석 대상 중 6683개(19.3%)는 여전히 접속이 가능했으며, 이 가운데 3832개는 우회 없이 국내망에서도 접속됐다. 접속 가능 사이트 중 한국어로 운영되거나 한국 관련 카테고리를 둔 곳은 1316개, 게시된 한국인 관련 영상은 215만개로 추정됐다.
정부는 웹 구조와 도메인 등 기술적 흔적을 추적해 운영자가 동일한 385개 그룹을 식별했다. 이들은 차단 후에도 검거까지 3~7년간 운영을 이어갔고, 사이트 개발·운영·유통·자금인출이 분업 형태로 이뤄졌다. 국내망 접속이 가능한 사이트들은 도박·성매매 배너 광고 4만686개를 게재했다. 검거 사례 분석 결과 주 수익원인 배너광고 수익은 304억원에 달했으며, 사이트당 평균 34.7개의 광고가 붙어 연 2억원 이상의 범죄수익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는 불법 사이트 개설 행위를 도박장 개설죄처럼 독립 범죄로 규정해 방조범이 아닌 정범으로 처벌하도록 법 개정을 검토한다. '불법사이트 특별수사팀'을 신설한다. 호주와 영국 등이 시행 중인 이른바 '합법적 해킹' 도입도 검토한다.
불법사이트의 수익 차단을 위한 제재도 강화한다. 불법사이트 광고 게재를 금지하고 위반 시 제재하는 법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상 계좌 거래정지도 추진한다. 광고와 계좌를 동시에 겨냥해 자금줄을 끊어야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불법사이트를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해외 서버 이용사이트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피해 신고 전달 체계를 마련하고 해외 호스팅·CDN 사업자에 부처 공동으로 서비스 중지 공문을 발송한다.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의 플랫폼에서 불법촬영물등으로 의심되는 콘텐츠 발견 시 이용자ID, IP 주소 등을 신고토록 의무화 한다. 현행 부가통신사업자 중심의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 조치에서 나아가 '플랫폼-호스팅-CDN-ISP'에 이르는 유통 단계별 책임 강화 방안을 검토한다.
도메인을 계속 바꿔 차단을 피하는 '도메인 셔틀링'에 맞서 AI 기반 탐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성평등부 장관의 긴급 차단 요구권도 도입할 계획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이번 심층분석으로 그동안 짐작만 해온 불법사이트의 조직적·기업화된 실체가 구체적 데이터로 확인됐다”며 “수익 차단, 운영자 검거를 위한 집중 수사, 처벌 강화 등 불법사이트 자체를 무력화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불법사이트는 디지털성범죄를 확산시키고 피해를 반복시키는 핵심 경로”라며 “피해자 지원부터 유통 방지, 삭제·차단, 수사까지 전 단계에 걸쳐 빈틈없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