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생활 250일, 눈 뜨고 싶지 않다”…美 항모 승조원 정신건강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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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촬영한 USS 에이브러햄 링컨. 사진=AFP 연합뉴스 / 미 해군

이란전 장기화로 바다 위 고립이 이어지면서 중동에 투입된 미 항공모함 승조원들의 정신건강이 한계치에 다다랐다. 승조원이 해상으로 투신을 시도하는 등 현장의 위기감이 극에 달하자 미 군당국의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 중동 작전에 투입 중인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CVN-72)'은 약 5000명의 해군 승조원과 해병대원을 태우고 9개월째 바다에 머물고 있다. 기항 없이 250일 연속으로 이어진 임무로, 현대 미 해군 항공모함 역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하게 됐다.

문제는 장기간 연속 항해와 열악한 선내 환경으로 승조원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는 것이다. 해군 전문 매체 네이비 타임스와 스타스 앤 스트라이프스에 따르면 승조원들이 해상으로 투신을 시도하는 사건이 다수 발생했다.

해당 항모에 탑승한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 애너벨 로마는 남편의 투신 시도를 고백하며 “남편은 불명예제대에 대한 우려로 겁을 먹은 상태다. 단지 과로 때문이 아니라 13년간 군 생활이 한순간에 망가질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 해군 수뇌부와의 타운홀 미팅에서도 승조원 가족 200여 명이 군 당국을 향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승조원 배우자는 “(남편이) '내일 아침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문자를 보냈다”며 심각한 우려를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마이크 레빈 하원의원(민주당·캘리포니아)은 X(엑스 · 옛 트위터)를 통해 “곰팡이가 핀 샤워실, 고장 난 변기와 세탁기, 온수 미공급, 치약·비누·데오드란트 부재, 밥 반 공기와 토르티야 2장에 불과한 식사”라며 선내 실태를 비판했다.

당초 태평양 지역에 배치될 예정이었던 링컨함은 대(對)이라크·이란 정세 변화에 따라 중동으로 재배치됐다. 당초 5월 종료 예정이었던 파병 일정이 여러 차례 연장되면서 승조원들의 피로도가 한계치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파병 연장에 따른 논란이 확산하자 미 해군 관계자는 “장기 파병이 승조원과 가족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선내 상담사와 군종 목사 등을 포함한 종합 지원 네트워크를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투신 시도 보고에 대해서는 “현재 파악된 정보로는 선내 자살 충동이나 자살 시도 건수가 증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생필품과 식수, 식사 역시 정상 공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미 해군의 고질적인 장기 파병 문제와 소음·수면 부족 등 열악한 근무 환경이 승조원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며, 의료 접근성 개선 등 즉각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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