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사업에 참여하려는 기업은 공고가 나오기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부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지 먼저 파악하고, 기업의 기술을 이에 맞춰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용현 비오피 대표는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열린 '정보통신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정보통신미래모임)에서 “정부사업은 공고가 뜬 뒤 움직이면 늦다”며 “정부가 해결하려는 문제를 먼저 파악하고 기업의 기술을 이에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2005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공공사업을 기획·운영한 전문가다. 4차 산업혁명 대응 계획과 디지털 뉴딜 관련 기획에도 참여했다. 경영컨설팅 업체 비오피는 2021년 창업했다.

그는 정부사업이 공고 단계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책 수요 조사, 사업 기획, 예산 반영, 제도 검토 등을 거쳐 마지막에 공고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기업이 공고문만 살펴서는 사업이 만들어진 배경과 정부가 풀려는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조 대표는 “정부사업은 최소 6개월에서 12개월 전, 큰 사업은 1~2년 전부터 움직여야 한다”며 “정책수요 조사에 참여하고 수요기관과 부처, 전문기관이 어떤 문제를 고민하는지 미리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를 단순히 사업비를 지원하는 기관으로 봐서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상황에 따라 정부가 연구개발(R&D) 비용을 함께 부담하거나 기술을 검증할 현장을 제공할 수 있어서다. 공공기관이 기업의 첫 고객이 되거나 새로운 기술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조정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조 대표는 “정부사업을 볼 때 돈을 받을 수 있느냐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먼저 정해야 한다”며 “어느 부처에 지원할지를 먼저 찾기보다 정부에 어떤 역할을 요청할 것인지부터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가진 기술의 단계와 정부사업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아직 기술 개발이 필요한 기업, 현장 실증이 필요한 기업, 제품을 실제 시장에 내놓을 준비가 된 기업은 필요한 사업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기술 단계와 맞지 않는 사업에 지원하면 평가 과정에서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술 개발 이후의 경로를 미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D 과제를 마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증, 공공조달, 실제 시장 진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처음부터 계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제품 지정과 시범구매, 벤처나라 등 공공조달 제도도 이런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공공기관이 제품을 실제로 사용하고 도입 사례를 만들면 다른 공공기관이나 민간시장으로 사업을 넓힐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규제샌드박스 역시 실증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조 대표는 “규제샌드박스는 규제를 잠시 피하는 제도가 아니다”며 “실증 이후 무엇으로 전환할 것인지까지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사업에 선정된 이후에는 자금과 성과 관리도 중요하다는게 조 대표 의견이다. 정부자금은 사용할 수 있는 항목과 증빙·정산 기준이 정해져 있다. 기업은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연구비 사용과 정산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성과 역시 단순한 기술개발 목표 달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실증 결과를 어떻게 사업화하고 조달이나 후속 투자, 민간 매출로 연결할지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정부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선정이 아니라 전환”이라며 “R&D가 실증으로, 실증이 조달로, 조달이 시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를 파트너로 만드는 일은 공고 대응이 아니라 공공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조직으로 회사를 재설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