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美 통합제련소 건설 사업 '프로젝트 크루서블' 명칭 사용 관련 MBK·영풍 고발
고려아연이 미국 통합제련소 건설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명칭과 표지를 무단 사용했다며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둘러싼 MBK·영풍 측의 과거 입장이 주목받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과거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과 이사회 표결과 법원 가처분 소송 당시 언급, 공식 보도자료 등을 통해 당시 프로젝트를 두고 '야합', '아연 주권 포기', '국익에 반하는 결정'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사업의 구조뿐 아니라 추진 목적과 경제·안보적 효과 전반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고려아연 이사회에서도 영풍·MBK 측 추천 이사들은 미국 제련소 건설과 투자 유치, 합작법인 출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 프로젝트 관련 6개 안건에 모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당시 MBK·영풍 측 인사는 “6개 안건이 실질적으로 하나로 연결돼 있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반대하는 이상 나머지 안건에도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영풍 측은 또 당시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면 미국 정부와 전략적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사업 구조 일정을 넘어 추진 자체가 차질을 빚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프로젝트 발표 당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아연 주권 포기', '국익에 반하는 결정', '경영권 방어용 백기사'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반면 MBK·영풍 측은 당시 반대한 것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 거래 구조였을 뿐 프로젝트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MBK·영풍 측이 최근 미국 현지에서 '프로젝트 크루서블' 명칭을 내건 리셉션을 개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들은 지난 7월 테네시주 정부 관계자와 지역사회 인사, 언론인 등을 초청해 리셉션을 열었다. 행사에는 윤종하 MBK 부회장과 장세환 영풍문고홀딩스 대표가 참석했다. 장 대표는 영풍 석포제련소 기술이 프로젝트에 적용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MBK·영풍 측은 행사 진행 과정에서 'crucibleTN.com' 도메인을 등록한 뒤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이 같은 행위가 영풍·MBK 측이 프로젝트의 공식 추진 주체이거나 고려아연과 협력 관계에 있는 것처럼 오인하게 할 수 있다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반면 영풍·MBK 측은 프로젝트 명칭이 등록상표가 아니며, 최대주주로서 미국 정부와 지역사회에 사업을 설명한 것은 정당한 주주 활동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재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프로젝트 명칭 사용 여부를 넘어 최대주주의 권한 범위와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인식을 둘러싼 문제라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상법상 주주는 의결권과 배당청구권 등 주주로서의 권리를 갖지만, 회사의 업무집행과 대외적인 대표 권한은 원칙적으로 이사회와 대표이사에게 부여된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라고 하더라도 회사와의 협의나 공식 의사결정 절차와 별개로 핵심 사업을 대외적으로 설명하거나 사업 주체로 비칠 수 있는 활동은 부적절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기업 거버넌스의 핵심은 주주의 영향력이 아니라 권한의 경계를 지키는 데 있다”며 “최대주주라는 이유만으로 회사의 공식 의사결정과 별개로 핵심 사업을 대외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면 이는 기업 거버넌스의 기본 원칙을 둘러싼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