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여자 도로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 팜므'에서 일부 선수들이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경기복 안에 보형물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사이클 전문 매체 빌러플리츠에 따르면 몇몇 선수들이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가슴 부위에 패드나 솜 등을 넣고 경기에 나선 것 같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여러 선수가 함께 달리는 로드 레이스와 달리 기록만으로 순위를 가리는 개인 타임 트라이얼에서 일부 선수들의 가슴 부위가 유난히 커 보였다는 것이 의혹의 출발점이었다.
이번 논란이 불거진 개인 타임 트라이얼은 프랑스 쥬브레 샹베르탱에서 디종까지 약 21㎞를 달리는 구간에서 열렸다.
투르 드 프랑스 팜므는 지난 1일 개막해 오는 9일까지 이어진다. 개인 타임 트라이얼은 선수들이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혼자 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앞선 선수의 뒤를 따라가며 바람을 피하는 '드래프팅'을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공기역학적 효율이 기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부 선수들은 이 점을 이용해 브라 안에 패드나 충전재를 넣어 몸 주변의 공기 흐름을 유리하게 만드는 이른바 '가슴 페어링'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기역학 전문가인 스코틀랜드 헤리엇-와트대학교와 핀란드 LUT대학교의 버트 블로켄 교수는 이러한 방식이 신체 주변의 공기 흐름을 바꿔 허벅지와 골반에 작용하는 압력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공기저항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록을 수십 초씩 줄여주는 수준은 아니지만, 20~30㎞ 타임 트라이얼에서는 승부를 좌우할 수 있는 몇 초를 아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발표된 벨기에 연구에서는 가슴 부위를 덮는 최적 형태의 보호 장비를 사용할 경우 공기저항이 최대 3.6% 감소하고, 1㎞당 최대 0.78초의 기록 향상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경기복 안에 물병을 넣었을 때도 공기의 흐름이 달라져 일부 공기저항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국제사이클연맹(UCI)은 선수의 신체 형태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장비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적발될 경우 실격이나 기록 삭제, 벌금 등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르완다 세계선수권에서는 일부 선수들이 무전기 주머니나 물통을 경기복 앞쪽에 넣은 채 출전하고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의혹을 제기한 선수들은 UCI가 관련 규정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해 '가슴 페어링'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대회 조직위원회는 개인 타임 트라이얼 시작 전 선수들의 자전거와 경기복을 출발 10분 전에 검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브라나 경기복 내부까지 확인할 경우 사생활 침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여성 심판이 직접 검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이 역시 선수들의 프라이버시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브라 패드의 두께나 개수 등에 대한 세부 규정이 없는 데다 선수마다 착용 방식이 달라 명확한 판정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이번 논란은 지난 2월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남자 스키점프에서 제기된 이른바 '페니스 스캔들'과도 비교되고 있다. 당시에도 일부 선수가 공기역학적 이점을 얻기 위해 하체에 보형물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