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올해 본격적인 양산 국면에 진입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26년 휴머노이드 로봇 연간 생산량이 1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약 2만대 수준이었던 생산량이 1년 만에 다섯 배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기술 검증 단계를 넘어 산업화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생산 확대와 상용화 사이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올해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는 200개가 넘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이 참가해 기술 경쟁을 벌였다. 이족보행 로봇부터 바퀴형 플랫폼, 산업용과 서비스용 제품까지 다양한 형태 로봇이 공개됐지만, 시장 승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현재 시장은 애지봇(Agibot)과 유니트리(Unitree)가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MIR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애지봇은 지난 6월 누적 생산량 1만5000대를 돌파했고, 유니트리도 올해 초 1만1000대 이상을 양산하며 선두권을 형성했다. 애지봇은 산업 물류, 생산라인 이송, 보안, 청소, 안내 서비스 등 다양한 현장에 로봇을 공급하며 응용 분야를 넓히고 있다. 유니트리 역시 올해 출하량이 지난해 두세 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생산능력을 연간 3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생산량 증가가 곧 산업 현장 활용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니트리의 경우 휴머노이드 로봇 매출 대부분이 연구기관과 교육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실제 산업 현장 비중은 아직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생산된 로봇 상당수가 공장이나 물류센터가 아닌 대학 연구실과 교육기관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의미다.
생산량과 출하량의 차이도 뚜렷하다. 일부 기업은 생산 실적은 크게 늘었지만 실제 고객 인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용 로봇 예약 주문은 증가하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활용되는 사례는 아직 제한적이다. 업계에서는 제조 역량은 일정 수준 확보됐지만 안정적인 수요와 수익 모델은 아직 형성 단계라고 평가한다.
기업들의 사업 전략도 빠르게 차별화되고 있다. 국가·지방 공동 혁신센터는 산업용 현장에 집중하며 전력, 자동차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보안, 물류, 자동화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바퀴형 로봇이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 배터리 효율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판단해 산업용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에 매트릭스 인텔리전트는 사람과 같은 이족보행 구조를 앞세워 범용 휴머노이드 시장을 노리고 있다. 사람 중심으로 설계된 공간에서는 결국 두 발로 걷는 로봇이 가장 높은 활용성을 가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높은 가격과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용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맞춤형 로봇을 공급하는 기업들도 등장했다. 고객이 원하는 외형과 기능을 직접 설계할 수 있도록 개방형 플랫폼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다만 실제 활용 역량을 갖춘 고객층이 제한적인 만큼 시장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 기업은 여전히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상용화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형태를 둘러싼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이족보행은 사람과 동일한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구조가 복잡하고 비용이 높다. 반면에 바퀴형이나 사족보행 로봇은 안정성과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 현재 산업 현장에서는 오히려 더 높은 활용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 중국 산업 현장에서는 바퀴형 플랫폼과 로봇팔을 결합한 형태가 휴머노이드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사족보행 로봇 출하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족보행이 장기적으로는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이상적인 형태지만, 단기적으로는 바퀴형과 사족보행 로봇이 상용화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결국 어떤 형태가 살아남느냐는 기술적 완성도보다 실제 고객이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 흐름도 변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 구현형 AI 분야 투자 규모는 지난해 연간 투자액 두 배에 가까운 1000억위안을 넘어섰다. 그러나 자금은 더 이상 로봇 하드웨어보다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와 '두뇌' 개발 기업으로 집중되고 있다. 시각·언어·행동(VLA) 모델과 세계모델(World Model), 데이터 인프라 기업이 투자금 대부분을 흡수하면서 산업 핵심 경쟁력이 하드웨어에서 AI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지능과 배터리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은 복잡한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할 만큼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 대부분 제품이 사전에 입력된 프로그램이나 원격 제어에 의존하고 있으며, 진정한 자율 작업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여기에 1~3시간 수준에 머무는 배터리 사용 시간도 산업 현장 적용을 가로막는 대표 걸림돌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 표준 체계를 공식 발표하며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제부터가 진짜 경쟁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생산량 확대만으로는 시장을 선점할 수 없으며, 실제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활용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은 이제 '몇 대를 만들었는가'보다 '어디에서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는가'를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대량 생산 시대는 시작됐지만, 상용화 경쟁은 이제 막 막을 올렸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