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 부동산 정책 대토론회의 목표와 달성도는 어떨까? 최근 정부는 세 차례의 부문별 토론회와 대통령이 사실상 직접 주재한 한 차례의 종합토론회를 개최했다. 표면적으로는 주택·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국민 여론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이를 종합해 최선 또는 차선의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공식적인 목표였다.
공식 목표외 실제 목표, 이른바 '숨겨진 의도(Hidden Agenda)'는 없었을까? 이번 토론회는 매우 장시간 진행됐고, 공급 확대론자와 수요 관리론자 등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론을 보면 평가는 여전히 크게 갈린다. 물론 찬반 여부, 강성 규제론과 연착륙론, 무주택자와 다주택자 등 이해관계에 따라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할 정책의 큰 방향은 이미 정해 둔 상태에서, 국민적 저항을 줄이고 정책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설득과정으로 토론회를 활용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도 가능하다.
즉 “주택 정책은 이처럼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의견도 있고 저런 의견도 있는 만큼 정부는 이러한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점을 국민에게 선전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 가장 아쉬웠던 대목은 '정부 주택정책의 목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이었다. '정부가 억지로 가격을 낮추자는 것이 아니다. 비정상적인 수요 공급에 의해서 가격이 잘못 형성되는 걸 막아 (시장을) 정상화하여 일본식 거품붕괴 등에 대비하자'는 취지였다. 두 번째는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겠다는 정책방향이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인상을 통해 무분별한 주택 투기와 고가주택 보유를 억제한다는 입장이다.
필자는 이 논리를 약 24년 전인 2002년 국회 건설교통위원회(현 국토교통위원회)에서부터 반복해서 들어왔다. 그 때도 조세저항, 세 부담의 임차인 전가 가능성, 단계적 도입의 필요성 등이 제기됐다. 당시 정부 역시 주택가격 급락은 대출자와 금융시장, 국가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집값 하락보다 적정 수준의 안정적 관리를 정책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2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러한 논리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강남, 특히 은마아파트는 집값 안정을 위한 재건축 규제의 상징적 대상이었지만 아직도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정부는 거품 붕괴를 이유로 시장에 개입해 왔지만 이러한 논리는 수십년째 반복되지만 성과는 묘연하다. 차라리 디테일이 강한 대통령이라면, 이러한 역사적 논의를 충분히 알고 있으며, 이번에는 무엇이 다르고 어떤 점을 보완할 입장인지를 국민에게 설명했다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그러나 역사를 통해 우리가 배우는 것은 역설적으로 시행착오를 쉽게 끊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인지도 모른다. 거품붕괴의 교훈을 주는 일본의 롯폰기힐스, 더 나아가 미국의 베벌리힐스·배터리파크시티, 싱가포르 등 초고가 주거지역의 가격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단기적인 처방에서 벗어나 국민이 믿고 예측할 수 있는 정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바뀌더라도 정책의 큰 방향만큼은 흔들리지 않는 예측 가능한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전 서울기술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