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비보(vivo), 출하량 11% 감소…제품 전략·AI·유통망 개혁 동시에 시험대 올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vivo)가 시장 침체와 내부 구조적 한계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했다.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스마트폰 시장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 비보는 제품 전략과 고급화, AI 생태계, 유통망 개혁이라는 복합적인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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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C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비보의 중국 내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 감소했다. 시장점유율도 업계 4위로 내려앉았다. 불과 2년 전인 2024년 2분기만 해도 Canalys, Counterpoint, IDC 등 주요 시장조사업체 조사에서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물론 부진 배경에는 업계 전반 침체가 자리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igmaintell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메모리 가격은 급등했다. 4GB LPDDR4X는 전 분기 대비 75%, 12GB LPDDR5X는 89% 상승했으며, 256GB UFS 3.1 플래시 메모리 가격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부품 가격 상승은 곧바로 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고, 중저가 모델은 수백위안, 플래그십 모델은 1000위안 이상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관망세가 확산됐다. Counterpoint는 2026년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11% 감소하며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2분기 출하량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장 환경만으로 비보 부진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제품 운영 방식과 유통 구조가 시장 침체 국면에서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대표 사례가 지나치게 많은 제품군이다. 비보는 오랫동안 다양한 가격대를 아우르는 이른바 '기종 다변화 전략'을 유지해 왔지만, 실제 판매는 일부 인기 모델에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허난성 한 비보 대리점 관계자는 “춘절 시즌에는 S50 시리즈가 한 달 판매량 40%를 차지했고, 6월에도 S60 시리즈 두 모델이 전체 판매의 절반 가까이 담당했다”고 말했다. 반면에 나머지 모델은 사실상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에 인기 모델의 공급 부족까지 겹쳤다.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생산량이 제한되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제때 공급하지 못했고, 상당수 고객이 경쟁 브랜드로 이동했다. 제품 종류는 많지만 실제 판매를 이끄는 모델은 소수에 불과한 구조가 재고 부담과 판매 효율 저하를 동시에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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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가 추진해 온 프리미엄 전략 역시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회사는 X 시리즈와 폴더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고급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지만, 실제 판매 기반은 여전히 지방 도시와 농촌 지역 등 가격 민감도가 높은 오프라인 시장에 집중돼 있다. 현장 판매점에 따르면 주요 구매 예산은 대부분 2000~3000위안 수준이며, 일부 소도시에서는 1000~2000위안이 주류를 이룬다. 이 때문에 6000~8000위안대 플래그십 모델 판매 비중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X 시리즈와 중저가 Y·Z 시리즈의 외형 차별성이 크지 않아 소비자가 프리미엄 가격을 낼 이유를 충분히 느끼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존재감은 제한적이다. IDC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중국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가 약 60%를 차지한 반면에 비보는 약 5% 수준에 머물렀다.

AI 전략 역시 아직은 기대만큼 판매 확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비보는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인 블루신(BlueLM)을 기반으로 AI 사진과 AI 업무 기능을 강화하고, OriginOS와 BlueOS를 중심으로 스마트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실제 판매 현장에서는 AI 기능이 핵심 판매 포인트가 되지 못하고 있다.

안후이성 지역 비보 판매점에서는 배터리 지속시간과 카메라 성능, 저장공간, 가격 등이 주된 설명 대상이었으며 AI 기능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다. 판매 직원들은 “소비자는 AI 기능보다 실용적인 성능에 더 많은 비용을 내려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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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기관 S&P Global 산하 451 Alliance 조사에서도 소비자가 스마트폰 구매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배터리(53%), 카메라(49%), 디스플레이(41%), 저장공간(37%) 순이었다. AI 기능은 33%로 상대적으로 낮은 우선순위를 기록했다. AI가 이제 대부분의 신제품에 기본 탑재되는 기능이기는 하지만, 아직 소비자가 추가 비용을 낼 만큼 강력한 차별화 요소는 아니라는 의미다.

비보가 추진 중인 스마트 생태계 확대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워치와 태블릿 등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했지만 시장 반응은 제한적이다. Canalys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비보의 중국 웨어러블 기기 출하량은 약 70만대로 시장점유율은 2%에 불과했다. 태블릿 시장에서도 IDC 기준 상위권은 화웨이, 애플, 샤오미, 레노버, 아너가 차지하고 있으며 비보는 주요 업체에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애플처럼 다양한 기기가 서로 연결되는 생태계를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기보다는 여전히 스마트폰 판매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망 개혁도 또 다른 숙제로 꼽힌다. 비보는 최근 수년간 제조사→성(省) 총판→2차 대리상→소매점으로 이어졌던 유통 구조를 제조사→지역 법인→소매점 형태로 단순화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비용 절감과 정책 전달 효율성 향상이 목적이지만 새로운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격 충돌이다. 618 쇼핑 행사 기간 비보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일부 모델을 대폭 할인 판매했지만, 오프라인 매장에는 사전 안내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가격에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차액 보상을 요구했고, 상당수 매장은 사은품 제공이나 자체 비용 부담으로 민원을 해결해야 했다.

여기에 스마트폰 판매 외에도 기업용 메신저 운영, SNS 콘텐츠 제작, 라이브커머스 등 다양한 디지털 운영 지표가 매장 평가에 반영되면서 판매 인력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일부 대리점은 “라이브 방송 광고비를 회수하려면 최소 10대 이상을 판매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투자 대비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결국 메모리 가격 상승과 스마트폰 수요 둔화는 업계 전체가 겪고 있는 공통된 과제지만, 비보는 여기에 더해 제품 라인업 운영과 프리미엄 전략, AI 가치 제안, 유통망 개혁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격 체계, 본사와 대리점 간 이해관계, 프리미엄 전략과 기존 고객층 사이의 간극이 장기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면 시장 점유율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마트폰 산업이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접어든 가운데 비보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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