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해외 기업들의 미국 증시 진출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세계 최대 자본시장인 미국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에 대한 높은 투자 수요가 확인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기업공개(IPO)와 ADR 발행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넬슨 그리그즈 나스닥 사장은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의 '블록버스터' 상장이 다른 해외 기업들이 미국 금융시장에서 IPO나 ADR 판매를 검토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DR 형식의 상장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IPO와 ADR 모두 상당한 모멘텀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ADR은 해외에 상장된 기업이 미국 증시에서 자사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발행하는 예탁증서다. 기존 상장 기업도 ADR을 통해 미국 투자자 기반을 확대하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그리그즈 사장은 “올해 미국 시장에서 자금을 가장 많이 조달한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4곳이 해외 기업이었다”며 “이들 기업은 미국 자본시장에서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상장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잠재적인 거래에 대해서는 공개 전에 언급하지 않는다”며 답변을 피했다.
SK하이닉스 ADR의 공모가가 주당 149달러로 결정된 데 대해서는 “주관사인 JP모건이 상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적절한 가격을 설정했다”며 “현재 거래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 ADR은 상장 첫 거래일 공모가보다 약 13% 높은 1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회사는 이번 ADR 공모를 통해 약 265억달러(약 40조원)를 조달하며 미국 시장에서 외국 기업이 진행한 ADR 발행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 기록을 세웠다. 블룸버그는 이번 상장을 '대박(Bonanza)'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나스닥은 SK하이닉스가 향후 추가 ADR 발행에 나설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그리그즈 사장은 “기업들은 대체로 다시 시장을 찾게 되며 자사 주식이 어디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검토하게 된다”며 전통적인 IPO보다는 추가 ADR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F-6 서류를 통해 이번 공모 물량의 약 10배인 17억8천만주 규모의 ADR 전환 물량을 등록했다. 이는 전체 발행 주식의 약 25%를 예탁기관인 씨티은행에 맡겨 향후 필요할 경우 ADR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도를 미리 설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성공적인 미국 상장이 대규모 자금 조달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 기반 확대와 기업가치 재평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와 맞물려 미국 자본시장 접근성이 높아진 점도 향후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