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로 돈 벌고, 결국 日 좋은 일만?…외국인들, 日서 104조 AI·반도체 사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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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증시. 사진=뉴시스·AP

글로벌 투자자들이 올해 상반기 일본 주식시장에 사상 최대 규모인 100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었다. 한국 증시에서는 차익 실현에 나선 반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으로 떠오른 일본 기업으로 투자 방향을 바꾸는 '머니무브'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6월 셋째 주까지 해외 투자자의 일본 현물주식 순매수 규모는 10조9391억엔(약 10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5배, 지난해 연간 순매수액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아베노믹스 초기였던 2013년 상반기 기록(8조3000억엔)을 뛰어넘는 반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일본 증시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4월 6만선을 돌파한 뒤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7만선을 넘어섰으며, 올해 상반기 상승률은 39%를 기록했다.

외국인 자금이 집중된 곳은 AI 관련 기업이다.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을 비롯해 데이터센터용 광섬유 기업 후지쿠라, 반도체 절연 소재 업체 아지노모토 등 AI 생태계 핵심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후루카와전기공업과 미쓰이금속, 키옥시아홀딩스 등 반도체 공급망 기업들도 외국인 지분율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증권의 아쿠쓰 마사쓰구 일본주식 수석전략가는 “일본은 AI 하드웨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투자 대상도 다양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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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시장에서는 이번 자금 이동이 한국 증시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과 자산 재배분의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과 일본을 하나의 아시아 AI·반도체 생태계로 보고 투자 비중을 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랙록과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한국을 HBM과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중심 국가로, 일본은 장비와 소재를 공급하는 상류 공급망으로 구분해 투자한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비중을 일부 줄이는 대신 장비·소재 기업 비중을 확대하는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외에도 일본 기업 전반의 경쟁력이 재평가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미국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츠의 크리스천 헤크 글로벌 밸류팀 부책임자는 “일본에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강소기업이 많아 투자 기회가 풍부하다”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높은 기업들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의 자금 유입이 계속될지는 일본 정부의 개혁 의지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베노믹스 당시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20조엔 규모를 순매수했지만 성장 정책이 둔화되자 다시 매도세로 돌아선 바 있다.

미국 GMO의 릭 프리드먼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과 개혁을 지속해야 최근 유입된 해외 자금도 머물 수 있다”며 “개혁이 멈추면 자금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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