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무료?… 이란, 호르무즈 해협 통항료 징수 시사

미·이란 MOU 60일 유예 후 비용 부과 가능성
긴장감에 호르무즈 통항량은 평시 18%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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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오만에서 목격된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선박들. 사신=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이 미국과의 종전 양해각서(MOU)를 바탕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향후 '보험 수수료' 명목의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글로벌 해운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해운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는 이란 페르시아만해협청(PGSA) 명의의 문건에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모든 선박은 PGSA가 승인한 유효한 보험증권을 소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PGSA는 이란 정부가 지난달 신설한 정부 기구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이란 측은 이 보험을 당분간 무료로 제공할 방침이지만, 향후 보험 수수료를 도입할 권리를 보유하며 구체적인 금액은 보험사가 결정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현재는 통항이 무료일지라도 추후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사실상의 통항료를 징수하겠다는 예고로 풀이돼 해운업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다만 문건에 쓰인 '보험 수수료(insurance fees)'라는 표현이 일반적인 '보험료(insurance premiums)'와 같은 의미인지는 아직 불명확한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전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던 핵심 해상 수송로다.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임시 합의인 이슬라마바드 MOU에 따라, 이란은 발효 후 60일 동안 해협 통항을 전쟁 전 수준으로 회복시키고 별도의 이용료를 받지 않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란이 '수수료'나 '보험료' 등의 명목을 내세워 실질적인 통항세를 부과하려는 우회로를 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PGSA가 전날 공지한 지침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은 도착 최소 48시간 전에 공식 웹사이트나 이메일로 사전 신청을 마쳐야 한다. 이란 측은 60일의 유예 기간 동안 보안, 안전, 환경 서비스 비용 및 관련 이란 보험 비용을 면제하며, 선박들이 기뢰 위험 구역을 피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지정 항로와 통항 시각을 조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이란 당국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60일 동안은 어떠한 요금도 징수하지 않는다는 양해각서 문구가 명확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해당 기간이 끝난 후에는 오만 및 지역 국가들과 협의해 안전 통항과 관련된 수수료를 도입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그간 통행료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던 오만 역시 최근 환경 영향 완화와 도선, 보안 등 강화된 항행 관리 서비스에 대한 합법적 부과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항 재개 합의에도 불구하고 해협 내 군사적 긴장감은 여전히 최고조에 달해 있다. FT는 이란이 해협 내 선박들을 향해 경고사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측은 무선 방송을 통해 이스라엘의 레바논 철수, 해상 봉쇄의 완전한 해제, 미국 테러리스트 병력의 철수 등 합의 조건이 완전히 충족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은 폐쇄된 상태나 다름없다며, 안전을 위해 해협 접근을 피하라고 경고했다. 이 명령을 무시하는 선박은 표적이 될 것이라는 위협도 덧붙였다. 이란은 전쟁 기간 중 해협 통항의 대가로 선박당 200만 달러를 암호화폐로 요구하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위험 요인 탓에 해협의 물동량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모니터 사이트에 따르면 한국시간 20일 오전 9시 28분 기준, 최근 24시간 동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단 10척에 그쳐 평상시 하루 평균(60척)의 17.7%에 불과했다. 재화중량톤수(DWT) 기준 통행량 역시 평시의 18% 수준인 하루 190만 DWT 머물렀다. 현재 전쟁 위험을 반영한 보험료율은 평시(0.15%)의 26.7배에 달하는 4%를 기록 중이며, 전쟁 발발 이후 이란 측이 3척, 미국과 영국 측이 2척의 선박을 각각 나포해 둔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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