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 심리를 자극하거나, 검찰을 사칭하며 공포심으로 압박하던 금융사기의 방식이 또 한 번 달라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토스뱅크에 신고된 사기 유형을 보면 확산세가 무서울 정도다. 올해 1월 48% 수준이던 신종 사기 비중은 불과 두 달 만인 3월 66%까지 치솟았다. 4월 들어 50%로 비중은 다소 조정을 겪었으나, 여전히 전체 사기의 절반에 육박하는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그 여파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는 청년이나 소상공인이 이 신종 사기의 주요 표적이다.
# “좋아요 하나에 3000원” 12번 입금하다 1억 4000만원 잃었다
30대 A씨는 'SNS '좋아요'를 누르면 건당 3000원을 준다”는 알바 제안을 받았다. 처음엔 실제로 소액이 입금되자 의심을 풀었다. 확신을 얻은 A씨가 알바를 계속하면서 사이트 화면 속 수익금 숫자는 차곡차곡 쌓여갔다. 이후 불어난 수익금을 출금하려 하자, 사기범은 “먼저 일정 금액을 입금해야 원금과 함께 출금할 수 있다”며 본색을 드러냈다. 눈앞에 찍힌 거액의 숫자를 믿고 첫 송금을 시작한 것이 늪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만두면 원금까지 다 날린다”는 공포감에 A씨는 12번에 걸쳐 총 1억 4200만 원을 송금하고서야 사기임을 깨달았다. 화면 속 숫자는 처음부터 전부 조작된 것이었다.
# 리뷰 쓰고 7만원에 '안심', 결국 돌아온 건 1260만원 '사기'
20대 B씨는 온라인쇼핑몰 직원을 사칭한 사기범으로부터 “리뷰 5건을 작성하면 7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가볍게 응한 B씨에게 실제로 약속된 금액이 입금됐다. 사기범이 지급한 7만원은 피해자의 경계심을 무너뜨리기 위한 치밀한 유인책이다. 사기범은 “팀을 이뤄 발주 대행 업무를 수행하면 5~10%의 수익을 추가 보장하겠다”며 거래 규모를 키웠다. B씨는 허위 사이트를 통해 송금을 진행했다. 이때 허위 회사의 '재무팀 직원' 사칭자가 “주문 번호 오류로 이상 거래가 탐지되었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심리적 압박을 넣으며 재송금을 수차례 요구했고, 결국 B씨는 1260만 원의 피해를 입었다.
# “지정 업체에 먼저 결제해주시면 됩니다” 믿었다가, 1억 7700만 원이 사라졌다
소규모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C씨는 대형 공기업 직원을 사칭한 인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포크레인 작업 의뢰로 시작된 제안이었다. 공공기관과의 거래는 소규모 업체에게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었다. 실제 작업 일정까지 조율하며 신뢰를 쌓는 사이, 상대방은 납품업체 담당자를 별도로 연결해줬다. 공기업 직원과 납품업체 담당자를 사칭한 두 사기범은 각자의 역할로 C씨를 속였다. 한 명이 거래를 보증하면, 다른 한 명이 실무를 진행하는 식이었다. 이들은 “발주처 지정 업체에 방수포 대금을 먼저 결제해주시면 추후 비용을 정산해드리겠다”며 위조된 구매 영수증과 계좌 안내표를 첨부했다. 당일 처리라는 독촉에 C씨는 지정 계좌로 1억 7700만 원을 입금했으나, 이후 연락은 끊겼다. 해당 공기업에 확인한 결과, 해당 직원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기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토스뱅크에 접수된 금융사기를 분석한 결과, 신종사기 수법이 2026년 1~4월 전체 금융사기 중 절반 이상(56%)을 차지했다. 최근 들어 앱테크 사기·발주 사칭 사기 같은 변종 유형이 금융소비자의 일상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우선 청년층을 노리는 사기는 소액을 실제 지급하며 경계심을 무너뜨리는 방식이다. 돈이 통장에 들어오는 순간, 피해자에게 그 돈은 단순한 수익이 아니라 믿음의 증거가 된다. 리뷰 작성, 영상 시청처럼 누구나 할 수 있는 저난도 미션으로 시작하는 것도 의도적인 설계다. 진입 장벽이 낮을수록 경계심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초기 신뢰가 형성되고 나면 점점 큰 금액의 선입금을 반복 유도한다. 출금 조건을 추가하며 피해자가 원금이라도 되돌려 받으려고 늪에 빠지도록 만든다.
토스뱅크 금융사기대응팀 관계자는 “리뷰 사기는 소액을 먼저 지급해 신뢰를 만들고, 대납 사기는 공공기관의 신용과 계약의 조급함으로 판단을 마비시킨다”며 “두 사기 모두 피해자가 사기 집단의 정교한 연출에 속아 스스로 납득하고 송금하게 만드는 구조이기 때문에 특히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