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석 한국세라믹기술원(KICET) 원장 “산업현장 수요 대응 임무 중심형 연구기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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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석 한국세라믹기술원 원장.

우리나라 유일한 세라믹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세라믹기술원(KICET)이 정부의 연구과제중심제도(PBS) 폐지 흐름에 맞춰 임무 중심형 연구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본격화한다.

단기·소규모 과제 중심 연구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 첨단전략산업과 산업 현장의 수요에 직접 대응할 수 있는 중대형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기관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윤종석 제6대 원장 취임 후 지난 1년간 이러한 방향 아래 조직과 연구기획 체계를 정비하고 반도체, 인공지능(AI), 공급망, 탄소중립 등 국가적 현안과 연계한 전략사업 발굴에 역량을 집중했다.

윤 원장은 “앞으로 세라믹 산업 싱크탱크이자 관련 산업 진흥 플랫폼으로서 연구 성과가 논문이나 보고서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이 체감하는 상용화 성과로 이어지도록 역할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1주년의 소회와 기관 운영 방향

-제6대 원장 취임 후 1주년을 맞았다. 그동안의 소회는.

▲지난 1년은 한국세라믹기술원이 국가전략산업을 뒷받침하는 공공 연구기관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시 점검하고 미래 도약의 기반을 다진 시간이었다. 연구개발(R&D) 환경과 산업 여건이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기관 운영의 안정성을 높이고 연구 경쟁력과 산업지원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경영평가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정부출연금 확보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며 기관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뜻깊다. 연구 현장의 안전관리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지난 1년간 다진 기반 위에서 연구성과가 산업 현장의 문제 해결과 기업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관의 체질을 더욱 임무 중심으로 전환해 나가겠다.

-지난 1년간 구성원들에게 특히 강조한 메시지가 있다면.

▲연구기관도 이제 임무 중심으로 체질을 전환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PBS를 단계적으로 개편하고 전략연구사업 중심 체제로 전환하는 흐름은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니라 출연연의 역할 자체를 재정립하는 중요한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소규모·분절형 과제 수행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 첨단전략산업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중대형 임무 중심 R&D 체계로 나아가야 할 때다. 이를 위해 기획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했고 정부 정책 방향과 산업 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전략연구사업 기획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세라믹 소재 AI 특화모델 개발 및 실증 브릿지'다. 한국세라믹기술원이 보유한 세라믹 소재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라믹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기업 현장에서 실증·확산하는 사업이다. 복잡한 세라믹 신소재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AI 기반으로 소재 설계와 공정 최적화 역량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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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세라믹기술원은 지난 4월 29일 개원 17주년 기념식을 열고 임무 중심형 연구기관으로서의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첨단 산업의 핵심, 세라믹의 중요성과 현주소

-우리나라에서 세라믹 소재와 산업이 차지하는 위치는.

▲세라믹은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첨단산업을 움직이는 핵심 소재다. 휴대전화, 전기차, 반도체, 우주항공 장비 안에는 모두 세라믹 소재와 부품이 들어가 있다.

일례로 반도체 공정에서는 웨이퍼를 보호하고 플라즈마 부식 환경을 견디는 세라믹 부품이 필요하다. 전기차에서는 모터와 배터리가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돕는 고신뢰성 세라믹 소재가 쓰인다. 우주항공 분야에서도 대기권 재진입과 같은 극한 환경을 견디기 위해 고온과 충격에 강한 세라믹 소재가 활용된다.

이처럼 세라믹은 단순 소재가 아니라 국가 주력산업의 안전성과 성능을 뒷받침하는 기반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세계적인 제조업 경쟁력을 갖고 있으므로 이를 떠받치는 첨단 세라믹 기술 확보가 곧 국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앞으로 세라믹 산업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소재 개발에는 오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고 양산 검증까지 넘어야 할 장벽도 높다. 그러므로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위험은 공공 연구기관이 함께 부담하고 기업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기술로 이어지도록 지원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세라믹 기술의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 세라믹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과의 격차를 꾸준히 좁혀가고 있다. 2025년 세라믹기술백서에 따르면 국내 세라믹 분야 전체 기술수준은 세계 최고국 대비 87.4%, 연구역량은 87.2% 수준으로 평가된다. 선진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고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아직 과제도 남아 있다. 고순도 원료나 첨단 분말, 일부 핵심 공정기술처럼 오랜 경험과 검증이 필요한 분야는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 첨단 세라믹은 단순히 개발에 성공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오래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신뢰를 확보해야 하므로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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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석 한국세라믹기술원 원장.

◇소재 국산화와 글로벌 산업 동향 대응

-소재 국산화를 위한 노력 중 주목할 만한 성과가 있다면.

▲2019년 일본 수출규제 당시 우리가 확인한 가장 큰 과제는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기술자립이었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소재 하나, 부품 하나의 신뢰성이 전체 공정의 안정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실제 공정에 가까운 환경에서 검증할 수 있는 기반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세라믹기술원은 이러한 필요에 대응해 '반도체종합솔루션센터'를 중심으로 반도체 세라믹 소부장 테스트베드를 구축해왔다. 단순히 연구실 수준의 개발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이 시제품을 만들고 공정을 최적화하며 양산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실증 기반을 마련했다. 300㎜급 공정 인프라와 반도체 장비용 세라믹 부품 제조 인프라는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수요기업과 연결되기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세라믹 분야 연구계 및 산업계 화두는.

▲AI, 탄소중립, 공급망 안정화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이 세 가지는 별개의 흐름이 아니라 더 빠르게 소재를 개발하고, 더 깨끗하게 생산하며, 더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소재개발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연구자 경험과 반복 실험에 많이 의존했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AI와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가능성 높은 조성과 공정을 먼저 찾아가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세라믹은 조성, 공정, 소성 조건에 따라 성능이 크게 달라지는 소재라 AI 기반 예측과 설계가 적용될 여지가 매우 크다.

탄소중립 역시 중요한 흐름이다. 세라믹 산업은 고온 공정을 요구하는 만큼 제조 과정에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탄소 배출을 낮추는 기술이 필요하다. 동시에 세라믹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핵심 소재이기도 하다. 수소, 배터리, 연료전지, 저탄소 시멘트 등 탄소중립 산업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소재를 공급해야 하는 역할도 커지고 있다.

공급망 안정화도 빼놓을 수 없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핵심 광물 수급 불안, 자원 무기화 움직임 속에서 첨단 세라믹 소재와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산업정책을 넘어 경제 안보의 문제가 됐다. 특히 고순도 원료와 희소 세라믹 소재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우가 많아 대체재 개발, 공급선 다변화, 재자원화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

-AI 전환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산업통상부의 핵심 AI 정책인 'M.AX(Manufacturing AX, 제조업 인공지능 대전환)' 추진에 발맞춰, 한국세라믹기술원 역시 세라믹 산업의 AI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전환이 개별 기업 대응을 넘어 국가 산업 경쟁력과 경제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보고 세라믹 산업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수많은 시제품을 직접 만들어보기 전에 컴퓨터와 AI로 가능성 높은 소재 조성과 공정 조건을 먼저 찾아보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해주는 세라믹 소재 분야 특화 가상공학 플랫폼 '벡터(VECTOR)'다.

벡터는 20종 이상의 상용 소프트웨어와 11기의 GPU를 포함한 전산 인프라, 전문인력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 여건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5년간 133건의 기술 컨설팅과 83건의 심층 해석지원을 수행했고 이를 통해 97개 기업의 소재·부품 개발기간 847개월 단축, 비용 79억원 절감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실제 반도체 정전척(ESC, Electro-Static Chuck)을 개발하는 한 기업은 가상공학 플랫폼으로 시뮬레이션과 공정 분을 지원해 개발 기간을 10개월 단축하고, 그 결과 약 300억원 규모 매출 성과를 창출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AI와 가상공학이 연구 도구에 그치지 않고 실제 기업의 사업화와 매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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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세라믹기술원 진주 본원 전경.

◇지역 상생과 향후 비전

-진주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으로서 지역에서 기대하는 역할도 크다.

▲R&D 성과가 산업 현장에서 실제 매출과 고용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건 공공 연구기관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다. 한국세라믹기술원은 단순 기술자문에 머무르지 않고 시험·평가, 인증, 시제품 제작, 사업화, 투자 연계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기업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세라믹서포터즈 기업지원사업이다. 세라믹 소재·부품 분야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시제품 제작, 현장 애로기술 해결, 시험·평가, 인증, 장비 인프라 활용 등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6년 시작 이후 작년까지 총 271개 기업에 53억원을 지원했고 이를 통해 누적 매출 393억원 증가, 신규 고용 417명 창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차전지용 방열 세라믹 필러, 전력반도체용 세라믹기판, 질화규소 가공기술 국산화 등 실제 산업 수요와 연결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창업보육센터를 통한 기술창업 지원도 주 임무다. 현재 진주, 이천, 부천 지역에서 총 52개사를 육성하고 있으며 박사급 전문인력의 기술컨설팅과 투자 IR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25년 기준 보육기업은 총 매출 314억원, 수출 108억원, 고용 217명의 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한국세라믹기술원은 산업부 핵심정책인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추진전략' 이행을 위해 유망 기업의 지역 안착 및 지역 주도형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창업보육센터를 졸업한 기업들이 지역에 정착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맥락에서 그 의미가 크다. 반도체 핵심소재인 불화칼슘 단결정 연구개발 기업 '악셀'은 경남혁신도시 클러스터 부지에 본사와 연구소를 설립했다. 화재확산 방지 보온재 기업 '에코파워텍'은 진주뿌리산단에 본사와 공장을 증축하며 발전사와의 협력을 통해 수출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세라믹기술원은 세라믹 기술 혁신과 산업 진흥을 통해 국가 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야 하는 공공 연구기관이다. 오늘날 세라믹은 첨단산업의 보이지 않는 기반이자 산업 경쟁력과 기술자립을 뒷받침하는 핵심 소재다. 그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도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축적해 온 연구역량과 현장 경험이 있었기에 한국세라믹기술원이 국가전략산업을 지원하는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기업이 필요로 하고, 산업이 요구하며,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만들겠다. 소재와 부품의 경쟁력이 곧 국가 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우리 기업의 기술자립과 미래 성장 기반을 든든히 뒷받침하겠다.

특히 정부의 지역 주도 성장 전략에 발맞춰 중부권 탄소중립, 대경권 구미 반도체 분야로도 지원을 확대해 세라믹 소재·부품 기술로 권역별 주력산업과 국가전략산업을 지원하겠다. 이를 통해 지역 산업의 성장동력을 키우고 국가 첨단산업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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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석 한국세라믹기술원 원장.

◇윤종석 한국세라믹기술원 원장은…

윤 원장은 지식재산 및 산업정책 분야에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겨온 정책·행정 전문가다. 제43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이래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과 과장,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진흥관, 특허청 특허심판원 수석심판장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치며 국가 기술 보호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수립을 주도해왔다.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공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변리사 자격까지 갖추고 있어 기술과 행정 전반을 아우르는 탁월한 전문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5월 취임해 오는 2028년 5월까지 3년의 임기를 수행하는 윤 원장은 대한민국 유일의 세라믹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세라믹기술원을 총괄하며 첨단 신소재 R&D 혁신과 세라믹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주도해 나갈 방침이다.


진주=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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