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구형망 끄고 AI 켠다…해외는 '망 다이어트'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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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통신 인프라가 노후망 유지에 발목 잡힌 사이 해외 주요국은 구형 통신망 정리를 통해 확보한 자원을 인공지능(AI) 인프라로 재배치하고 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3G 접속 비중은 9%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은 이미 3G 망을 종료하며 저대역에 활용했던 우량 주파수와 기지국을 AI 데이터 전송을 위한 5G 등 차세대 통신용으로 재배치하는 대전환을 진행했다.

미국은 2021년 T모바일을 시작으로 AT&T, 버라이즌이 순차적으로 3G 종료를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확보된 주파수 대역은 즉시 5G 인프라 확장에 투입돼 미국이 AI 인프라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쥐는 밑거름으로도 작용했다. 연간 10억달러의 유지 비용도 절감했다.

영국의 보다폰과 BT는 2022년부터 3G 단계적 종료를 시작해 최근 셧다운을 마쳤다. 3G 종료로 연간 1억kWh의 전력 감축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역시 지난해 기준 KDDI와 소프트뱅크가 3G를 종료했다. 올해는 NTT도코모가 셧다운을 앞두고 있다. NTT도코모는 이를 통해 연간 약 1000억엔의 유지비 절감을 기대하며 이를 AI 인프라 재투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유선 인프라도 마찬가지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구형 동선망 셧다운을 목표로 내걸었다. 유선전화망(PSTN) 장비 노후화에 따라 광케이블 기반 인터넷전화(VoIP)로 전환에 속도를 낸다.

규제 당국의 지원도 적극적이다. 유럽은 2018년 제정한 전자통신 규제지침(EECC)과 2024년 기가비트 접속 권고를 통해 노후 인프라의 신규 망 전환 근거를 마련했다. 특히 이용자 고지 기간을 5년에서 2~3년으로 단축해 조기 전환을 제도적으로 지원한다.

이탈리아 통신규제기관(AGCOM)은 광케이블 커버리지가 100%인 지역에 한해 이용자 의사와 무관한 '비자발적 종료(강제 전환)'를 허용했다.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CCC) 역시 광대역망이 신규 구축된 지역의 가입자는 18~20개월 내 신규망으로의 의무 전환을 규정하고 이행을 엄격히 감독하고 있다.

일본 NTT는 2021년부터 작업을 시작해 지난해 PSTN 코어망의 IP망 전환을 완료했다. 300개 이상 운영되던 지역별 상호접속점을 도쿄·오사카 2개 광역점으로 통폐합해 네트워크 효율을 극대화했다.

규제완화도 뒷받침이 됐다. 일본은 인프라 대체 속도를 높이기 위해 PSTN 및 공중전화의 도서지역 특례 통신을 보편적 역무 범위에서 선제적으로 제외하며 기업의 투자 부담을 덜어줬다.

해외 주요국이 앞다퉈 구형망을 걷어내는 이유는 장비 노후화로 인한 품질 저하 리스크를 끊고, 유지보수에 낭비되는 재원을 차세대 네트워크로 투입하기 위해서다.

국내 역시 선제적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다. 비효율적 노후망 유지로 인한 손실을 통신시장 전체에 분담시키는 현행 보편적 서비스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비용 산정 방식을 합리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ICT규제샌드박스를 통해 LTE 무선망 기반의 시내전화 서비스 실증특례에 나서는 등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시장이 AI 인프라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인프라 비효율을 걷어내는 망 다이어트를 통해 미래 네트워크 전환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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