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정책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이후 정부는 지역별 전기요금제, 햇빛소득마을, 재생에너지 계통 우선접속, 전력망 민간 참여 등 굵직한 에너지 전환 비전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방향성만 놓고 보면 과거 어느 정부보다 속도가 빠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발표가 아니라 실행이다. 정책이 지역 현장에서 체감 가능한 성과로 이어지느냐다. 에너지 전환은 결국 주민 수용성과 입지, 계통, 갈등 조정이라는 '현장 행정'에서 완성된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전국 8개 유역(지방)환경청을 중심으로 꾸려진 기후·에너지 태스크포스(TF)는 의미 있는 실험이었다. 중앙 정책을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갈등을 조정하고 사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표 사례가 고창군 송전망 갈등 조정이다. 전북지방환경청은 한국전력과 지역 간 이견을 중재해 주민입지선정위원회 구성을 끌어냈다. 전력망 사업 최대 난제인 주민 수용성 문제에서 정부 지역조직이 조정 역할을 한 셈이다.
영산강유역환경청도 하천구역 내 송전망 건설 문제를 관계기관 협의로 풀어내며 사업 추진의 물꼬를 텄다. 과거 같으면 수년씩 표류했을 사안을 현장 협업으로 해결한 사례다.
에너지 정책은 이제 중앙정부만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시대다. 지역별 재생에너지 잠재량과 산업구조, 주민 수용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갈등 조정과 인허가, 계통 연계, 주민 참여 모델 설계까지 종합적으로 다룰 지역 조직이 필요하다.
기후·에너지 TF를 한시 조직에 머물게 해선 안 된다. 정식 직제로 전환하고, 유역(지방)환경청을 '유역(지방)기후에너지환경청'으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 환경 규제기관이라는 고정관념을 넘어 기후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총괄하는 지역 맞춤형 기후위기 컨트롤타워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