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F 스타트업 이야기] 〈86〉내 손으로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보는 실행의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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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룡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상임이사(CFP)

문제는 스스로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는다. 같은 문제라도 누군가에게는 무너뜨리는 벽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올라서는 계단이 된다. 문제는 그대로지만 그것을 대하는 사람의 크기가 달라질 뿐이다.

최근 초등학생의 희망 직업 상위권에 유튜버와 크리에이터가 빠지지 않는다. 어른들은 “쉽게 유명해지려고만 한다”며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아이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인플루언서'라는 화려한 타이틀일까?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 그림, 일상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익숙한 무대가 유튜브와 틱톡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이미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세상에 드러내겠다'는 감각을 지니고 자란다는 사실이다.

이 감각은 우리가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우리는 졸업과 취업이라는 정해진 경로를 따라간 뒤에야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를 물었다. 하지만 20~30년뒤 세상을 책임져야 할 지금의 초등학생들에게는 이 경로는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기업은 점점 더 '처음부터 가르칠 사람'보다 '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고 있다. 창업 역시 단순한 열정보다 경험, 네트워크, 실행력을 갖춘 중장년층의 재도전이 늘어나는 흐름을 보인다.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취업을 통한 경험의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회사에 들어가 사회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대를 만들어 직접 시도하며 경험을 체득해야 하는 시대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아이들은 어디에서 경험을 쌓아야 할까. 답은 명확하다. 회사라는 울타리 밖에서, 작은 콘텐츠를 만들고, 프로젝트를 열고, 작은 실패를 반복하며 세상과 접촉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사람의 반응을 얻는 일의 무게를 배우고, 관심보다 신뢰를 얻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체득한다. 이것이 새로운 시대의 사회 경험이다.

우리는 인지해야 한다. 아이들은 가벼운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한 방식으로 미래의 일을 상상하는 중이다. 문제는 아이들의 꿈이 아니라, 우리의 직업 상상력이 낡아간다는 점이다.

앞으로의 시대에는 직업명이나 자격증보다 문제를 다루는 힘이 중요해진다. 어떤 회사에 들어갔는가보다 어떤 문제를 발견했는가, 변화하는 도구를 얼마나 빠르게 자기 일에 연결하는가가 핵심이다. AI 시대의 격차는 단순히 기술 활용 능력을 넘어, '자기 문제, 나아가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문제를 스스로 정의할 수 있는가'에서 벌어질 것이다.

그래서 교육도, 일자리도 이제는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어떻게 더 좋은 직업을 갖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자기 문제를 감당할 만큼 큰 사람으로 자라게 할 것인가.” 좋은 직업과 기술은 금방 낡을 수 있지만, 문제를 마주하고 다시 일어서는 사람의 힘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이 유튜버를 꿈꾼다는 말 속에서 가벼운 욕망만 볼 것인가, 아니면 자기 기획과 자기책임의 가능성을 읽을 것인가. 어느 쪽을 보느냐는 우리의 몫이다. 아이들의 꿈을 크게 읽어주면, 그 꿈은 성장의 출발점이 된다.

다가오는 시대의 과제는 아이들에게 문제가 없는 탄탄대로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그런 길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떤 문제 앞에서도 아이들이 스스로 작아지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사람은 늘 문제 앞에 설 것이다. 다만 사람이 커지면, 문제는 더 이상 벽이 아니라 길이 된다.

함성룡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상임이사(C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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