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긴급조정권 파업 전 꺼낼까…제도 도입 이후 네 차례 뿐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을 이틀 앞둔 19일까지도 노사간 최종 교섭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결국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최후의 카드는 긴급조정권 밖에는 남지 않는다. 관건은 정부가 과연 총파업 이전 긴급조정을 선제 발동할 지 여부다.

긴급조정권은 제도 도입 이후 단 네 차례만 발동됐던 극약처방이다. 벌써부터 재계와 노동계는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행사 여부가 반도체·인공지능(AI)·공급망과 같은 국가전략산업과 국민경제 리스크를 바라보는 정부의 정책 기조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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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간 2차 사후조정회의가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렸다.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시사한 가운데 열리는 이번 2차 사후조정은 총파업 예고일을 사흘 앞두고 마지막 교섭이 될 전망이다. 왼쪽부터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여명구 사측 대표교섭위원(DS 피플팀장).세종=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긴급조정은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그 규모가 크거나 그 성질이 특별한 것으로서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결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발동 시에는 즉각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한다. 공표일부터 30일 동안은 쟁의행위가 금지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미 김민석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에서 삼성전자 파업이 '그 규모가 크거나 그 성질이 특별한 것으로서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김 총리는 담화문에서도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차질은 개별 기업의 손실을 넘어 수출 감소, 금융시장 불안, 수많은 협력 업체들의 경영과 고용 악화, 국내 투자 위축 등 국민 경제 전반에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삼성전자 파업이 가져올 국가 경제 손실을 열거했다.

김 총리 담화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SNS를 통해 “현행 헌법상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언제 발동할 지 여부다. 지난 네 차례 발동된 긴급조정권은 모두 파업 이후였다. 법 조항에 담긴 '위험이 현존하는 때'라는 단서 때문이다. 실제 파업 시작 후 긴급조정권 공표까지 짧게는 3일, 길게는 78일이 걸렸다. 긴급조정에 돌입한 뒤 두 번은 노사 자율 합의로 종료됐고, 나머지 두 번은 정부의 강제 중재로 마무리됐다.

과거 긴급조정권 발동 당시와는 달리 정부는 파업 자체가 가져올 국가 경제에 미칠 파급력을 면밀히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리는 담화문에서도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은 단 하루만 정지되어도 최대 1조원에 달하는 직접적인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반도체 생산 라인의 특성상 잠시의 멈춤이 곧 수개월의 마비로 이어진다”고 강하게 교섭 타결을 압박했다. 이미 예상된 위험이 현존한다는 정부 시각이 여실히 드러난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정부의 개입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2005년 항공사 조종사 노조 파업에 대한 긴급조정 결정이 적법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은 해당 판결(2007도6754)에서 “해당 사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 수송 차질로 인한 피해, 국가 및 기업 신인도 하락, 국민 불편 등을 종합해” 장관이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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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리는 2차 사후조정 회의 중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시사한 가운데 열리는 이번 2차 사후조정은 총파업 예고일을 사흘 앞두고 마지막 교섭이 될 전망이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삼성전자 파업에 이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발동 요건 충족 여부에 대한 법적 다툼 여지는 크지 않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김 총리가 담화에서 삼성전자의 수출 비중(22.8%), 시가총액(26%), 협력사(1700개), 고용(12만명)을 구체적으로 열거한 것도 이 재량 판단의 근거를 사전에 공개적으로 쌓아둔 것으로 풀이된다.

긴급조정 공표 이후 노조 대응의 한계도 보여준다. 대법원은 공표 이후 규탄대회 참가 자체는 쟁의행위 계속이나 업무방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노조 집행부 방침에 따라 조합원들이 집단적으로 업무복귀 확인신고를 지체해 운항 정상화에 차질을 준 행위는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고 봤다. 긴급조정이 발동되면 노조가 형식적으로 파업 중단을 선언하더라도 복귀 절차를 집단적으로 지연시키는 방식은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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