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삼성전자 노조 파업을 국가 경제의 위기로 규정하며 사실상 긴급조정권 발동 수순에 들어갔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7일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열어 “18일 교섭은 파업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노사 양측에 대화와 타협을 촉구했다. 또, 파업으로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될 경우 “긴급조정을 포함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김 총리는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본격적인 성장 국면을 맞아 국가 경제 반등을 이끌어야 할 중차대한 시점에서 발생하는 파업은 우리 반도체 산업 전반의 신뢰와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차질은 개별 기업의 손실을 넘어 수출 감소, 금융시장 불안, 수많은 협력 업체들의 경영과 고용 악화, 국내 투자 위축 등 국민 경제 전반에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삼성전자 파업이 가져올 국가 경제 손실을 열거했다.
국무총리의 담화는 삼성전자 노조 파업이 사실상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 노동조합법에서는 규모·성질상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칠 위험이 현존할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긴급조정을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긴급조정 결정이 공표되면 관계 당사자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한다. 공표일부터 30일간은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
이날 김 총리는 “대한민국 수출의 22.8%, 전체 시가총액의 26%를 차지하고 있으며 임직원 수만 12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고용 기업이자 1700여개의 협력사와 함께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핵심축”이라면서 “삼성전자의 이러한 손실은 대한민국 경제에 큰 부담과 충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시에 “노사 모두 이 자리의 무게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며 교섭 타결을 압박했다.
18일 재개되는 교섭은 삼성전자 노사가 정부 개입 없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사측은 대화 재개를 위해 대표교섭위원을 김형로 부사장에서 여명구 DS피플팀장으로 교체하며 교섭 물꼬를 텄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16일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면서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대국민사과를 했다.
결국 남은 변수는 대표 교섭권을 가진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 지도부의 전향적 태도와 내부 대표성이다. 이날도 초기업노조 내부에서는 집행부 직책수당 운영과 회계 투명성 논란이 불거지며 조합원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수순까지 열어둔 상황에서 노조가 18일 교섭에서도 기존 요구를 고수할 경우, 파업 책임론은 물론 노조 대표성 논란까지 번질 가능성이 크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