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이른바 'C커머스' 성장을 이끌었던 핵심 품목인 중국산 의류·패션과 화장품 수요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초저가'를 무기로 국내 소비자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과거와 달리 유해물질 논란, 배송 지연 등이 잇따르면서 플랫폼 신뢰도가 하향 곡선을 그리는 모양새다.

18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해외 직접구매 가운데 '의류 및 패션 관련 상품' 구매액은 532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5879억원과 비교하면 9.4% 감소했다. 중국 직구 핵심 품목인 화장품 구매액도 같은 기간 708억원에서 597억원으로 15.8% 줄었다. 스포츠·레저용품 역시 11.7% 감소한 387억원에 그쳤다.
패션과 뷰티는 C커머스 성장의 핵심 축이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 등 C커머스 플랫폼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의류와 잡화, 화장품 등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를 빠르게 끌어모았다. C커머스 플랫폼에서 패션과 뷰티, 레저용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들 카테고리 제품은 국내 소비자들이 C커머스를 처음 접하게 해주는 마중물 역할을 했던 것으로 파악해 왔다. 특히 티셔츠 한 장에 수천원 수준의 '초저가 쇼핑'과 충동구매 문화가 결합하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이용자가 급증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소비 패턴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배송 지연과 품질 불만, 유해물질 논란 등이 반복되면서 단순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소비자를 붙잡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다이소와 SPA 브랜드, 쿠팡·네이버 등 국내 주요 유통 채널이 중국산 초저가 상품과 균일가 제품군을 대폭 확대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굳이 중국 플랫폼에 직접 접속할 필요성이 예전보다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알리·테무에 들어가야 초저가 상품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국내 플랫폼에서도 유사한 가격대 상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진출 초기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폈던 C커머스 기업의 확장 전략도 속도 조절 국면에 들어간 형국이다. 그동안 무료배송과 대규모 할인 쿠폰, 공격적 광고 집행 등으로 이용자 확대에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마케팅 공세 강도가 이전보다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시장의 낮은 수익성도 C커머스 업계가 부담을 갖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 소비자는 배송 속도와 품질, 고객서비스 기준이 높은 편이어서 물류와 CS 비용 부담이 크다. 여기에 KC 인증과 유해물질 논란, 개인정보 이슈 등으로 규제 리스크까지 확대되면서 단순 초저가 전략만으로는 성장 지속이 쉽지 않은 구조가 됐다는 분석이다.
국가별 경쟁 구도 변화도 감지된다. 올해 1분기 일본 직구액은 17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4% 증가했다. 중국 직구가 사실상 정체 국면에 들어선 사이 일본은 패션과 식품, 취미 상품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품질에 대한 높은 신뢰도와 역대급 엔저 현상이 맞물리면서 C커머스를 밀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진출 초기 '초저가'로 이슈를 몰았던 C커머스는 유해물질 논란과 플랫폼 신뢰도 하락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면서 “한국에 이미 쿠팡을 비롯한 대체 채널이 있기 때문에 소형가전 등 차별화된 머천다이징 전략이 없다면 반등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