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이트, 이제는 즉시 막는다…긴급차단제 11일 시행

밤새 완성한 원고가 다음 날 아침 불법 사이트에 무료로 풀려 있다. 수십억 원을 쏟아부은 영화가 개봉 당일 불법 스트리밍으로 퍼져나간다. 신고를 해도 차단까지 수 주가 걸리는 동안,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K-콘텐츠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이 시대에, 정작 창작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해왔다.

이같은 현실이 5월 11일부터 달라진다. 개정 저작권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불법 복제물 유통 사이트에 대한 '긴급차단' 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불법 사이트를 적발한 즉시 임시 차단 명령을 내리고, 이후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차단을 확정하는 이른바 '선(先)차단 후(後)심의' 체계다. 기존에 신고부터 차단까지 최소 2~3주, 길게는 38일이 걸리던 절차가 사실상 즉시 가동으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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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 개정에 따라 도입된 불법사이트 긴급차단·접속 차단 제도 시행의 성공을 다짐하기 위한 '긴급 접속차단 제도 시행 성공 다짐 행사'가 27일 서울 마포구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열렸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규남 네이버웹툰 부사장, 조한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부사장, 남상석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권혁주 한국만화가협회장, 최 장관, 김정한 CJENM 부사장, 최승훈 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 김태형 KT 보안점검팀장, 임세훈 드림라인 차장, 이권철 LG유플러스 정보보안기술담당, 이창용 SK브로드밴드 실장.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은 그 동안의 불법 사이트 대응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집었다. 저작권 침해가 명백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예상될 경우 다른 조치 수단이 없다고 판단되면 즉각 긴급차단 명령을 내리고, 임시 차단 후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가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접속차단 명령 또는 해제 명령을 확정한다.

접속차단 절차도 대폭 신속화된다. 저작권보호원이 모니터링과 신고 접수 후 심의위원회에 상정하면 심의는 주 8회로 확대 운영된다. 심의위원회 규모도 기존 20명 이내에서 30명 이내로 늘어 처리 역량을 높였다. ISP와의 핫라인 활용으로 차단 명령 이행까지의 시간도 단축된다. 문체부는 5월 11일 시행 첫날, 불법 사이트 34개를 대상으로 최초 긴급차단 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처벌 또한 강화했다. 고의적인 저작재산권 침해는 실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고 형사처벌도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된다. 불법 복제물에 대한 링크사이트의 영리적 운영과 링크 게시도 저작권 침해 행위로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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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서울 상암동 서울경제진흥원에서 열린 '2026년 저작권 보호 실무협의 제1차 정기회의 모습.[저작권보호원 제공]

그 동안 불법 사이트로 인해 고통받았던 창작업계에서는 긴급차단제에 기대감을 걸고 있다.

권혁주 한국웹툰작가협회 회장은 “웹툰 작가들은 불법 공유 사이트를 마주할 때마다 '내가 왜 그리고 있나'라는 자괴감과 싸워야 한다”며 “신작 런칭 초반은 독자를 모아야 하는 결정적인 시기인데, 바로 그때 불법 유통이 시작되면 유료 결제로 이어지지 않는다. 나중에 차단이 된다 해도 그 시기에 입은 경제적 피해는 회복이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번 긴급차단제 도입에 대해 “긴급차단제는 대응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제도인 만큼 불법 사이트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데 의미가”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양윤호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은 이번 법 개정에 대해 “지식재산권과 저작권이야말로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지을 핵심적인 사유재산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K-콘텐츠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 저작권 보호 제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계속 잘사는 나라'가 될 수도, 혹은 '반짝하고 사라지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고 역설했다.

업계에서는 영화와 드라마 산업에 속도감 있는 대응을 요구한다. 극장 상영이 끝나기 전부터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무분별하게 복제·유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체 사이트를 즉각 차단할 수 있는 행정 권한과 시스템이 실효성 있게 작동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양 이사장은 “창작자의 피와 땀이 서린 콘텐츠를 불법으로 소비하는 것은 사유재산 침해 행위”라며 “수준 높은 문화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성숙한 저작권 풍토를 정착시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권 회장도 “운영자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국제 공조, 미러 사이트 자동 탐지 시스템 고도화, 피해 창작자 지원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기획: 한국저작권보호원·전자신문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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