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이사회가 최고경영자(CEO)의 인사권에 대한 사전 의결 권한을 폐기하고 경영 자율성을 복원했다. 대신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평시 CEO 육성 및 관리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사이버 보안 리스크 감시 의무를 신설해 이사회 본연의 견제와 균형 체계로 지배구조 무게 중심을 이동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최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이사회 규정을 개정했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개정 당시 경영권 침해 논란을 빚었던 인사 통제 조항이 전면 철회됐다.
과거 규정은 CEO가 부문장급 경영 임원을 임명하거나 면직할 때 이사회의 사전심의 및 의결을 거치도록 강제했으나 현행 규정에서는 해당 의결 조항이 완전히 삭제됐다.
전사 단위의 주요 조직 개편 요건도 완화됐다. 과거 이사회 규정 제8조 1항의 결의사항에 묶여 사전 통제를 받던 조직개편 사항은 이번 개정을 통해 제8조 2항의 '보고 사항'으로 하향 조정됐다. 당초 해당 조항도 폐기가 유력했지만 보고를 통해 간접 관여하는 방식으로 협의를 이뤘다.
아울러 사규 위반 의혹과 관련된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사법적 판단 결과가 확인될 때까지 이사회 및 위원회 출석과 심의 참여를 제한하고 의결권도 행사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이는 겸직 논란으로 퇴임한 조승아 전 사외이사 논란과 인사 및 청탁 의혹이 불거진 이승훈 사외이사 등 거버넌스 리스크에 비판을 수용한 조치다.
이사회가 경영 의사결정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옥상옥 구조가 사라지면서 박윤영 KT 대표는 주요 인사와 조직 구성을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
이사회가 경영 간섭에서 손을 뗀 대신 차기 리더십에 대한 통제권은 한층 정교해졌다.
개정된 규정 제11조 1항 3호에 따르면,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역할이 종전의 단순 후보 추천 수준을 넘어 대표이사 후보군의 '발굴·구성 및 육성'으로 대폭 확대됐다. 이는 이사회가 주요 임원에 대한 개별 임면권은 CEO에게 일임하되, 승계 기능을 체계화함으로써 장기적 지배구조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전사 리스크 관리와 준법(컴플라이언스) 통제 기능도 의무화됐다. 지난해 불법 펨토셀 해킹 사태의 파장을 고려해 이사회 규정에 연도별 정보보안 계획 및 반기별 이행점검 결과를 필수 보고사항으로 신설했다. 중대 보안 실패가 기업가치 훼손으로 직결되는 만큼, 기업의 보안 리스크 관리를 이사회가 직접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규정 개정이 사외이사진이 대표이사 권한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국민연금 등 시장의 우려를 이사회가 수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김용헌 KT 이사회 의장은 “이번 의결은 이사회 운영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대표이사와 이사회의 역할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새로운 대표이사 체제의 출범과 함께 지속적 제도 개선을 통해 주주와 이해관계자 기대에 부응하는 지배구조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