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전력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기차 등 '전기화 산업'이 한꺼번에 팽창하면서 한국 전력수요가 구조적으로 폭증 국면에 진입했다. 정부가 공개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요전망에서 2040년 최대전력은 138GW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GW 정도인 현재보다 최대 1.4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는 22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공개 토론회를 열고 12차 전기본 바탕이 되는 2040년 전력 수요 전망치를 공개했다.
핵심은 '전력수요의 질적 변화'다. 과거처럼 완만하게 늘어나는 소비가 아니라, AI와 디지털 산업이 촉발한 '급격한 점프'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2040년 전력소비량은 최대 694.1TWh, 최대전력은 138.2GW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이는 11차 계획 대비 피크 수요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단순한 증가가 아닌 '구조적 급등'에 가깝다.
폭증의 진원지는 데이터센터다. AI 확산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가 고밀도·고전력 구조로 진화하면서 전력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서버 전력 밀도는 현재 대비 3배 이상 증가하고,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2040년 26.5TWh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전력망 입장에서는 '새로운 초대형 산업 수요'가 등장한 셈이다.
반도체 중심 첨단산업도 전력 수요를 끌어올린다. 기업 투자계획을 반영한 결과, 2040년 약 29TWh 규모의 추가 수요가 발생한다. 특히 대규모 클러스터와 공정 고도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전력의존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여기에 '2050년 탄소중립' 정책이 더해지면서 상황은 더 가팔라진다. 철강·수송·건물 등 전 산업에서 전기화가 진행되며 추가 전력소비는 최대 119.4TWh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히트펌프, 수소 생산까지 전기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전기 중심 경제'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번 전망치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전력수요 패턴 변화'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맞물리며 낮에는 남고 밤에는 부족한 구조가 심화되고, 계절·시간대별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정부 이번 수요전망을 그대로 확정하지 않고 추가 보정 작업을 거쳐 12차 전기본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자가소비용(BTM) 태양광 보급 확대 등이 계통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재반영해 최종 수요를 조정하고, 시간대별 발전 패턴도 반영해 실제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할 방침이다.
지역별 수요 관리도 본격화된다. 정부는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소비 시설 입지를 반영해 지역 단위 전력수요를 재배분하고, 이를 계통계획과 연계해 송전망 부담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