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성골' 장벽에 가로막힌 일반 공대생… 취업 양극화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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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설계 인력난 해소라는 성과 뒤에는 '인력 구조의 계급화'라는 그림자도 있다. 반도체 계약학과 인원이 설계 직군 신입 정원(TO)을 입사 전부터 선점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전전컴(전자·전기·컴퓨터) 전공자들이 핵심 직무에서 소외되는 '취업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과 SK하이닉스가 한 해에 수천명(평시 3000~5000명 내외)을 채용할 때 설계 직군 비중은 약 20~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 기술·소자 분야가 50~60%, 설비·인프라가 15~25%를 차지한다. 설계는 취업생 선호도가 가장 높은 직군이나, 뽑는 수가 많지 않다는 의미다. 이마저 반도체 계약학과 인력이 선점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2028년 예상되는 계약학과 배출 인원(약 500명) 중 70%가 설계 파트에 배치된다고 가정하면, 연간 설계 직군 신입 TO 1000명 중 350명이 이미 계약학과 출신으로 채워지는 셈이다. 나머지 TO 중 200~400명 자리가 석박사 고학력 지원자가 차지하므로 일반 공대 졸업생들은 남은 200~400개 자리만 두고 상위권 스펙끼리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학가에서는 “대기업 반도체 설계팀은 계약학과 예약석”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설계를 재외하면 소자나 공정 기술 분야는 비교적 경쟁이 덜 치열하지만, 대부분 평택이나 용인 등 팹 현장에서 근무하는 것이 어려움으로 남는다. 설계 근무자는 강남이나 분당 등 수도권 오피스 선호지에서 근무할 가능성이 높고 추후 연봉 협상과 이직도 유리한 편이다.

초기 단계부터 설계 공부를 포기하고 소자·공정에 집중하거나 아예 '네카라쿠배' 등 소프트웨어 쪽으로 진로를 선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설계 분야로 입사하려면 학부생부터 연구실 랩에서 활동하며 방학에도 별도 학습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석박사 학위 없이 학부생 수준에서는 입사 경쟁을 뚫기가 너무 힘들다는 인식이다.

공정 미세화로 반도체 설계 난도가 높아진 것도 일반 공대 학부생 진입 장벽 중 하나다. 단순히 회로를 그리는 수준을 넘어 물리학·재료학적 이해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학부 수준 커리큘럼으로는 현업 투입까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대학 전공자들도 시제품제작(MPW)이나 주요 장비를 경험할 수 있도록공용 인프라를 늘리고, 실전 설계 집중 학습을 비롯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더 확충해 '허리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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