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탈(脫) Arm 신호탄…오픈소스 기반 SSD 컨트롤러 독자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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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SSD 제품.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Arm 아키텍처를 벗어나 오픈소스 기반으로 독자 개발한 컨트롤러 칩을 신제품에 처음 도입한다. 고가 라이선스 비용 절감과 설계 유연성 확보는 물론 공급망 리스크 감소도 기대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차세대 소비자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BM9K1' 제품군에 'RISC-V' 기반으로 삼성이 직접 설계한 컨트롤러 칩을 적용한다. RISC-V는 축소 명령어 집합 컴퓨터(RISC, 개별 명령어를 단순화해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컴퓨터 구조) 기반의 개방형 명령어 집합 구조(ISA)다.

컨트롤러는 SSD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온칩(SoC)이다. 호스트(PC)와 낸드 플래시 사이 데이터 흐름을 총괄한다. 컨트롤러에 RISC-V를 적용하면 기업은 로열티 부담이 없고 설계 자유도가 높아진다.

그동안 삼성은 대부분 SSD 컨트롤러에 Arm 코어(Cortex-R 계열)를 기반으로 한 설계를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라이선스 로열티를 지불해야 했다. 여기에 Arm의 라이선스 정책 변화(기기별 과세 강화 등)와 공급망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내부적으로 '기술 독립' 필요성이 커졌다.

Arm은 칩 설계 지적재산(IP) 분야 절대 강자로 특히 CPU 아키텍처(명령어 집합)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고객사가 설계를 변경하는 것을 라이선스 위반으로 보고 엄격하게 제한한다. 최근 퀄컴과 불붙은 칩 설계 변경 통제에 관한 소송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상황 대처를 위해 2010년 미국 UC 버클리 대학에서 시작한 비영리 오픈소스 ISA 프로젝트가 RISC다. 웨스턴디지털(WD)이 'SweRV' 코어 시리즈에 SSD컨트롤러에 최적화된 RISC-V를 적용하며 문을 열었다. 국내 스타트업 파두는 2019년 최초의 RISC-V SSD 컨트롤러인 '안나푸르나'를 선보이며 탈 Arm 진영에 합류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경 이미징센서 내부 프로세서를 비롯해 여러 차례 RISC-V 도입을 시도하며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개발 데모 단계에 머물렀다. 소비자 대상 상용 제품에서 실제 RISC-V를 공식 적용한 것은 이번 SSD 제품군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오픈소스에 삼성만의 확장 기능을 추가해 신제품 성능을 더 끌어올렸다. 낸드 셀 관리, 오류 정정(ECC), AI 워크로드 특유의 불규칙한 읽기·쓰기 패턴을 더 정교하게 튜닝한 전용 컨트롤러를 독자 개발했다. 전 세대(BM9C1) 대비 순차 읽기 속도는 1.6배 향상, 에너지 효율은 23% 향상됐다. 향후 초미세 공정 기술과 오픈소스의 설계 유연성을 결합, '삼성만의 고도 커스텀' 기술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SSD컨트롤러와 같은 임베디드, 스토리지 영역은 커스터마이징 자유도가 높아 다른 제품군 대비 선제적 테스트가 용이하다”며 “삼성전자가 소비자향 SSD를 시작으로 서버용 SSD, 나아가 모바일 AP(엑시노스) 등 다른 반도체 제품군으로 RISC-V 적용 범위를 확대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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