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치 디스토피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서호주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열대성 저기압이 호주를 강타하면서 산화철이 다량 함유된 토양이 공기 중에 날리고, 때마침 빛의 산란이 일어나 연출된 독특한 광경이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 서호주주에 위치한 샤크 베이 캐러밴 파크는 최근 페이스북에 “밖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으스스한 먼지로 뒤덮였다. 아직 바람도 많이 불지 않은 상태”라며 영상 하나를 게재했다.

거리를 촬영한 평범한 영상처럼 보이지만 화면은 마치 필터를 낀 듯 온통 새빨갛다. 해당 영상을 공유한 날씨 예보 서비스 아큐 웨더는 “필터가 아니다”라며 “열대성 저기압 나렐로 흙먼지가 가득 차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호주에는 4등급 열대성 저기압 '나렐'이 상륙했다. 4등급은 호주 열대 저기압 강도 중 두 번째로 높은 등급으로, 지속 풍속이 시속 159~198km에 달하는 매우 강력한 폭풍이다.
호주는 덥고 건조한 기후특성상 토양 내 철분 함량이 매우 높다. 이런 환경에서는 철 성분이 산소와 만나 산화되면서 지표면에 짙게 농축되고, 토양은 물론 대기 중에 비산하는 흙먼지까지 전체적으로 붉은 색을 띠게 된다.
결과적으로 폭풍이 몰고 온 비바람과 호주의 산화철이 풍부한 토양이 만나면서 이 같은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하늘에 솟구친 거대한 먼지 입자들이 파장이 짧은 파란 빛을 산란시켜 가로막고, 파장이 길어 투과력이 좋은 붉은 빛만 통과시키면 우리 눈에는 영상과 같이 붉은색만이 도드라지게 된다.
이처럼 '붉은 하늘'은 태풍 외에도 모래폭풍, 산불 등 영향으로 종종 나타난다.
지난 2019년에는 호주 동부 해안을 따라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낮 동안 하늘이 검은색에서 점차 피처럼 붉게 물들어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 같은 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중부 잠비 주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비슷한 장면이 목격됐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