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생성과 소멸] 〈16〉중견국가 연대 vs 대미결속 강화, 한국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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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

누가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고 했던가. 호르무즈해협은 피에 젖고 있다. 죽음과 공포에 갇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으로 맞섰다. 해협을 막고 원유 운송과 물류를 막았다. 유가는 급등했고 주가는 출렁였다. 이란정권이 붕괴하리란 믿음은 빗나갔고 전쟁의 신은 몸을 풀기 시작했다. 미국도 해협에 갇혔고 세계경제도 함께 갇혔다. 우리에게 군함파견을 요청했다. 도와달라는 말이 아니다. 해협봉쇄로 원유수송 피해를 보는 나라가 직접 해결하라는 압박이다. 안보와 경제가 뒤엉켜 돌아간다. 안보는 죽고 사는 문제고 경제는 먹고 사는 문제다. 미국의 안보우산이 절실한 우리에겐 '십자가 밟기'의 강요에 가깝다. 중국도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라고 우리를 압박해 왔다.

미국은 중국과 동맹국이 자유무역, 다자주의를 악용해 미국을 따돌리고 패권과 이익을 뺏는다고 단정했다. 세계를 상대로 관세인상, 국내투자 유치, 마약퇴치, 불법이민 억제를 추진했다. 국방력, 경제력을 앞세워 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각국과 개별 협상해 미국중심 안보, 경제를 만들고 있다. 미국의 이익이 최우선이다. 경제압력을 넘어 군사행동에 나섰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그린란드 매각요구, 이란전쟁, 쿠바압력으로 구체화했다. 일본은 군사강국, 경제회복을 목표로 미국에 편승해 이익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침체를 겪고 있지만 보복관세, 군사훈련, 동맹강화를 통해 미국에 맞서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보복관세로 미국에 맞불을 놓고 있지만 러우전쟁, 이란전쟁에선 미국 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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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올해 1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다보스포럼에서 작심한 듯 포문을 열었다. 규칙이 지배하는 시대가 가고 힘이 지배하는 시대가 왔다. 테이블에 앉지 못하면 메뉴판에 올라간다. 약소국이 아닌 중견국조차 미국을 상대하기 힘들고 무섭다. 자유무역, 다자주의를 되찾기 위해선 중견국이 일치단결해야 한다. 모두 캐나다 총리처럼 생각할까. 일본은 미국과 결속을 강화해 이익을 지키는 줄에 섰다. 멕시코는 마약카르텔 소탕을 통해 미국에게 다가갔다.

중견국가 연대 주장의 핵심은 뭘까. 미국과의 관계가 관세, 보복 등으로 냉랭해졌다.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면 구조적 경기악화가 기다린다. 중국, 인도, EU 등 관계강화를 통해 미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WTO 등 미국이 마비시킨 기존 무역체계를 우회해 자유무역의 틀을 다시 세워야 한다. 미국의 압력에 고통을 받는 중견국가가 있다면 도와야 한다. 감동적이고 그럴 듯하다. 그러나 국가마다 이해와 상황이 다르니 시작조차 쉽지 않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 속에서 다자주의를 다시 관철하는 것은 논의에 시간이 걸려 적절하지 않다. 변덕스러운 미국의 견제와 압박이 중견국을 갈라놓고 연대를 방해한다. 우리는 어떤가.

대미결속 강화가 답일까. 미국은 우리를 독립과 전쟁에서 도와준 은혜가 있다. 동해로 로켓을 쏘며 냉온탕을 오가는 북한도 있다. 중국과 경제를 나눠도 안보를 나눌 순 없다.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미국 외엔 대안 없다. 경제도 미국만 설득해 결론내면 간명하고 시간도 아낀다. 그렇다고 미국의 요구를 모두 들어줘야 할까. 미국만 잘 사는 세상이 온다면 따를 수 있을까. 미국은 어떤 세계를 만들고 싶은 걸까. 혹시 '사실상의 강대국 연대'가 아닐까. 미국, 중국, 러시아가 각자 맹주를 자처하고 이익을 나누며 주변국, 동맹국을 휘하에 두고 견제하면서 각자의 영역을 인정하는 모델이다. 신제국주의에 다름없다. 불편하고 끔찍하다.

이분법적 양자택일을 버리고 중견국가 연대와 대미결속 강화 카드를 함께 써야 한다. 아시아 동쪽 해안선에서 섬을 제외하곤 유일한 자유국가가 우리다.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안보를 논할 수 없다는 점을 활용하자. 방산, 조선, 반도체와 한류를 안보, 경제에 묶고 글로벌 생태계에 강력히 뿌리박자. 협상력은 물론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잡을 수 있다. 그것이 힘을 가진 자유민주국가로의 길이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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