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KB증권 첫 참여…상생결제, 증권사 '모험자본 창구'로 진화

지급채권 기반 금융상품 설계 가능…증권사 새 먹거리 부상
두산·환경산업기술원 참여…민관 확산 신호탄
상생금융 정책 맞물려 금융권 참여 확대 기대

상생결제가 은행 중심의 결제 인프라를 넘어 증권사까지 참여하는 금융 플랫폼으로 확장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특히 지급채권을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 설계가 가능해지면서 증권사 입장에서는 '모험자본 공급 창구'로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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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중심 체계에서 벗어나 금융플랫폼으로 확장

KB증권은 19일 두산,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과 상생결제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협약 금융기관에 합류했다. 이로써 참여 금융기관은 기존 13개에서 14개로 확대됐다.

이번 참여는 단순한 금융기관 추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상생결제에서 발생하는 지급채권을 기반으로 구조화 금융상품 설계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증권사 입장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이자, 기업 자금조달 시장에서는 또 하나의 금융 경로가 추가되는 셈이다. 기존에는 은행 중심으로 제한됐던 자금 흐름이 자본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는 구조가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상생결제 채권을 활용한 유동화 상품, 단기 투자상품, 기업 간 거래 연계 투자모델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논의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생결제 채권은 실물 거래 기반이라는 점에서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자산”이라며 “향후 증권사의 참여가 늘어나면 새로운 형태의 기업금융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에 민간 대기업인 두산과 공공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동시에 참여한 점도 주목된다.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는 제도 확산의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활용 범위를 빠르게 넓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간 거래 핵심 인프라로 우뚝…“신용도 기준, 완화해야”

상생결제는 이미 기업 간 거래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2015년 24.6조원 수준이던 연간 실적은 지난해 189.1조원까지 확대됐고, 누적 규모도 130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200조원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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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상생결제 지급금액(조원)

이 같은 성장 배경에는 정책과 시장의 맞물림이 있다. 정부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주요 정책 과제로 삼으며 상생결제를 공공기관 및 대기업 평가 지표에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인식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제도 고도화도 병행되고 있다. 조달청 '나라장터', 하도급지킴이 시스템과의 연계를 통해 거래 투명성을 강화하고, 전자카드제 도입과의 연계도 추진 중이다.

민간에서도 활용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철강업계를 중심으로 대기업이 상생결제를 전면 도입하면서 협력사까지 포함한 거래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다만 제도 확산의 걸림돌도 존재한다. 현재 일부 기업은 구매기업 약정 시 요구되는 신용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제도 참여가 제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기준을 일정 부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도입 수요는 계속 늘고 있지만 신용도 기준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며 “문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면 제도 확산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발표된 차세대 상생결제 원스톱 시스템도 구조 변화의 또 다른 축이다. 타행 계좌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기업 간 결제 편의성이 크게 개선됐고, 금융기관 간 연계도 한층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변태섭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은 “새로운 원스톱 플랫폼 구축으로 상생결제 도입 및 이용 기업의 행정 부담이 상당히 완화될 것”이라며, “재단은 향후에도 이용 기업의 관점에서 결제 편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개선책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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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상생결제와 차세대 원스톱 상생결제 간 비교

특히 기존 은행권이 차세대 플랫폼으로 전환할 경우 기업들이 보다 유연한 결제 환경과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실제 상생결제를 이용 중인 기업들 사이에서도 차세대 시스템 전환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금융기관 참여 확대와 시스템 고도화가 맞물리면 기업 자금 흐름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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