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은 이제 환경 정책을 넘어 국가 경제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정책 과제로 자리 잡았다. 좁은 국토와 산악 지형으로 인해 육상 재생에너지 확대에 일정한 제약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지리적 여건을 고려하면 해상풍력은 대규모 청정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다.
그러나 해상풍력의 의미는 단순히 탄소 배출 없는 전력 생산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철강, 조선, 기자재 등 국내 제조업과 연계된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고, 국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전략적 산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현재 국내 해상풍력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경제성 확보와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다. 해상풍력의 발전단가를 낮추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터빈, 하부구조물, 해저케이블 등 핵심 기자재의 국산화와 대규모 생산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핵심 기자재를 해외 기술과 수입에 의존한다면, 해상풍력 확대가 국내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외화 유출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또 설비와 기술에 대한 해외 의존이 심화되면 에너지 비용과 공급 구조에 대한 통제력도 약화된다.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글로벌 공급망 환경을 고려할 때, 국내 기술과 산업 기반을 통해 재생에너지 설비를 생산하고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은 재생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달 26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은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특별법 시행으로 정부가 적합한 입지를 사전에 발굴하는 계획입지 제도가 도입되고, 범정부 차원의 통합 기구를 통해 인허가 절차를 일괄 처리하는 원스톱 체계가 마련되면서 사업 추진 과정의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특별법에는 기술 개발, 공급망 활성화, 실증단지 조성 등 산업 기반 강화를 위한 지원 방안도 포함돼 있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은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데 기여하고, 국내 제조 기업들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설비 투자와 기술 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은 제한된 자원과 내수 시장에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세계적 산업 경쟁력을 구축해 온 경험을 가지고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의 성장, 그리고 조선, 자동차,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한 전략적 산업 발전의 결과였다. 해상풍력 역시 이러한 산업 기반과 긴밀하게 연결된 분야다. 대형 구조물을 제작하는 철강 기술, 해양 구조물을 설계·건조하는 조선 역량, 그리고 정밀한 제어 시스템과 케이블, 전력 송전 기술 등은 우리 산업이 이미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영역이다. 해상풍력 산업은 이러한 제조업 역량이 결합된 대표적인 융합 산업으로, 기존 주력 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제 국내 시장에서의 보급을 넘어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과거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듯이, 해상풍력 역시 새로운 산업 기회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특별법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과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며, 기업 역시 기술 혁신과 규모 확대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해상풍력특별법이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이 해상풍력 제조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jinsookim@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