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지원 사업이 국내 산학연 현장의 인공지능(AI) 투자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추진한 이번 사업에 공급 물량의 4배가 넘는 수요가 몰린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GPU 확보난에 시달리던 현장의 절박함이 그대로 드러난 결과다.
이르면 이번 주부터 1차분 4000장에 대한 서비스가 시작된다. 학계와 비영리 단체에 전체 물량의 80%를 배정한 대목이 눈에 띈다. 산업계를 압도했던 신청 현황을 반영한 결과로, 고가 장비 탓에 연구를 멈춰야 했던 대학 연구소 등에 실질적인 숨통을 틔워줄 전망이다. 기업 부문 역시 중소·벤처 분야로 한정해 인프라 지원이 절실한 곳에 자원을 집중하며 사업 취지를 살렸다.
정부는 올해 2조1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GPU 1만5000장을 더 확보할 계획이다. 'AI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다. 이는 국가 AI 생태계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 동시에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의 뜨거운 호응은 결국 인프라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의 본질임을 증명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시장의 차세대 GPU 단가 급등은 정책의 연속성을 위협하는 변수다. 이미 확정된 예산 안에서 도입 비용이 치솟을 경우, 계획된 물량을 축소해 현실과 타협할지 혹은 추가 예산을 투입해 초심을 유지할지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순간이 올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사업의 성패는 정부와 국회가 지금의 의지를 얼마나 과감하게 이어가느냐에 달렸다. 국가적 AI 전략이 공백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정교한 운영의 묘와 함께, 필요하다면 추가 재원을 확보하는 정면 돌파의 결단력이 지속돼야 한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