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개선 목소리 높이는 재계…“모호한 규정이 미래 투자 가로막아”

재계가 배임죄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모호한 배임죄 규정이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기업인의 모험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며 합리적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0일 '배임죄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는 특히 모호한 배임죄 규정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주제 발표를 맡은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법상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과 예측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민간 영역의 계약 위반 등도 쉽게 처벌이 가능한 민사의 형사화를 초래해 기업인의 적극적인 경영 의지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는 경영판단원칙 신설을 제시했다. 이익 충돌 없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내린 합리적 결정은 배임죄의 '임무 위배'가 아닌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을 신설하자는 주장이다. 안 교수는 배임죄의 전면 폐지도 주장했다. 배임죄를 폐지하고 처벌이 꼭 필요한 유형만 별도 입법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여당도 배임죄 폐지에 힘을 보탰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 단장은 축사를 통해 “경제계가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 경영판단원칙의 명확화라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이 부분은 여야·당정 간 사실상 이견이 없다”며 “배임죄 개편의 입법 형태가 어떻게 되든, 정상적 경영판단원칙을 배임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반드시 포함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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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홍영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부원장, 안태준 한양대 교수, 신현윤 연세대 교수,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 단장,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류혁선 KAIST 교수, 강원 세종대 교수, 장진환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10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배임죄 문제점과 개선방안' 세미나에 참석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지금은 AI, 배터리,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등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나 배임죄로 인해 기업인들이 모험적 결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혁신의 원천인 기업가정신을 높이기 위해 배임죄 제도의 합리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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