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균 한국전력기술 사장 “안정적 발전소 설계와 신재생·친환경 기술로 기후 위기를 성장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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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 한국전력기술 사장

에너지 가격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 만큼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우리 미래를 위협하는 기후 위기 속에서 탈화석연료, 청정에너지 투자 확대 등이 권고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도 에너지 안보 중요성을 공감하고 원전 등 모든 자원을 활용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기조로 전환했다. 우리 에너지 안보 최전선에 한국전력기술이 있다. 1975년 설립 이래 한국형 원전 등 발전 분야 설계기술 자립을 이루고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원자력, 화력을 비롯해 신재생 등 전력·에너지 산업 전반에 걸친 전문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며 국가의 안정적 에너지 수급에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 미래를 책임질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자력 기술을 비롯해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 수소, 핵융합 등 에너지 기술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김태균 한국전력기술 사장을 만나 에너지 산업 흐름과 원전 수출 등 국가적 과제 수행, 재생에너지 분야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새해를 맞아 에너지 산업의 전반적 흐름을 어떻게 진단하나.

▲에너지 산업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라는 구조적 과제 속에서 근본적인 전환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확산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전력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단순한 전원 확대를 넘어 안정성과 기술 경쟁력의 동시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제 에너지 전환은 비용 부담이 아니라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신규 원전 건설을 재개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서로 배제되는 선택이 아니라 각자의 강점을 살려 상호 보완적으로 구성해야 할 국가적 에너지 포트폴리오다. 기술적 완성도와 공급 안정성을 갖춘 전원들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실현할 수 있다.

-변화하는 에너지 환경 속에서 한전기술이 수행해야 할 핵심 역할은.

▲한전기술은 지난 50년간 국내 23기 원전과 53기 화력발전소 설계를 주도한 에너지 기술 공기업이다. 무엇보다 원전 설계 기업으로 잘 알려졌지만, 실제로 원전, 재생에너지, 친환경 발전까지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전환에 대응해 2017년 기존 석탄 중심 플랜트사업본부를 에너지신사업본부로 개편한 이후 신재생에너지, LNG 복합화력, 친환경 사업 부문을 전략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는 기존 역량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유한 설계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존 원전 등 발전원과 신재생에너지라는 에너지 전환의 두 축을 균형 있게 아우르기 위한 전략적 진화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발전소 설계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동시에 신재생과 친환경 기술을 통해 기후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전환하는, 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한전기술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본다.

-해상풍력 분야에서 역할이 특히 주목받는데 앞으로 전략은.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전환의 핵심 축이다. 그중에서도 해상풍력은 대규모 전력 생산과 산업화 가능성이 높아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높다. 한전기술은 최근 준공된 제주 한림해상풍력 단지(100MW급)의 EPC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인허가부터 설계, 구매, 시공, 시운전에 이르는 전 과정을 경험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 해상풍력 분야에서 실질적 EPC 수행 역량과 기술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젝트의 기술적 사양과 경제성을 검토하는 기본설계(FEED)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FEED는 프로젝트의 기초를 다지는 핵심 단계다. 기술리더십을 확보하고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는 전략적 영역이다. 특히 지난해 해상풍력 최적 입지 선정 평가 등 핵심 요소기술을 확보했고, 올해 국산화가 필요한 핵심 기술에 대한 개발을 추가로 진행 중이다. 기술 고도화를 통해 해상풍력 분야에서 독자적 기술 역량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며 이를 바탕으로 공공주도 해상풍력 시장을 선도하고 해외 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다.

또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BESS)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수주한 신안 읍동 BESS EPC 사업은 신재생에너지 분야 다각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지난해 체코 원전을 수주했다. 해외 원전 사업에서 한전기술의 역할은.

▲한전기술은 해외 원전 시장에서 팀코리아 설계 전담 기관으로, 한국형 원전 기술 설계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체코 원전의 시작점인 APR1000 노형의 유럽사업자 인증 과정에서 유럽 현지 조건과 강화된 설계 기준을 반영해 성공적으로 인증을 획득했다.

본 계약 체결 이후에는 핵심 설계 인력을 선제적으로 배치하고, 체코 현지 설계 기준과 규제 요구사항을 자세히 분석해 성공적인 사업 착수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지난해 12월 체코 원전 종합설계 및 계통설계 계약을 체결하면서, 한전기술은 초기 고품질 설계를 적기에 수행하고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유럽 지역에 처음 건설되는 한국형 원전인 만큼, 완성도 높은 설계 품질을 통해 국내 원전 기술의 신뢰도를 글로벌 시장에 다시 한번 입증할 중요한 기회다.

-원전과 신재생을 아우르는 해외시장 진출 전략은.

▲설계 기술력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해외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기존 팀코리아 중심 원전 수출 외에도 가동 중인 해외 원전의 운영·정비(O&M), 신규 원전 컨설팅, 발주처 중심의 오너스 엔지니어링(Owner's Engineering)과 건설관리(CM), 사업관리(PM) 등으로 업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오너스 엔지니어링은 발주자의 기술적 신뢰를 확보하는 핵심 수단으로, 앞으로 해외 프로젝트에서 입지를 강화할 것이다.

해상풍력 분야에서도 국내 EPC 경험을 기반으로 현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과 함께 컴팩트 팀코리아(Compact-Team Korea)를 구성해 베트남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SMR과 고유 기술 확보 전략은 어떻게 추진하나.

▲SMR은 안전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원전 기술로, 반드시 확보해야 할 미래 핵심 기술이다. 한전기술은 정부 주도 혁신형 SMR 개발에서 원자로 계통설계와 종합설계를 총괄하며, 핵심 요소기술을 단계적으로 내재화하고 있다.

또 해양 환경에 특화된 독자 기술인 60MW급 해양 SMR '반디(BANDI)'를 개발 중이다. '스스로 빛을 내어 여름밤 숲속 어둠을 밝히는 반딧불'에서 영감을 얻은 반디는 바지선에 장착해 오지, 섬, 해양플랜트 등에 깨끗한 전기 및 난방 공급, 해수 담수화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으며, 다른 기술과 협업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현재 2단계 개념설계를 진행 중이며, 2030년 인허가 및 사업화를 목표로 기술 독자화와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에너지 공급망 안정성과 핵심 기술 자립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AI와 디지털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한전기술의 대응 방안은.

▲AI는 미래 에너지 기술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한전기술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AX(AI Transformation)' 전략을 수립하고, 전사적 적용을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전담 조직을 신설할 계획이다. 2024년에는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NEXA(Next-generation EXpert Assistant)'를 전사에 도입해 원자력 및 플랜트 분야 엔지니어링 업무 효율을 혁신적으로 높이고 있다.

또 개발 중인 '시뮬레이션 기반 예측진단 AI'는 물리 법칙과 AI 알고리즘을 결합해 설비 손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함으로, 정비 비용 절감과 운영 신뢰성 향상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에너지 전환을 뒷받침할 기술 인력 양성 복안은.

▲한전기술의 가장 큰 자산은 사람이다. 정확성과 완결성을 전제로 한 설계는 결국 엔지니어의 전문성에서 비롯되며, 우수한 기술인재 확보가 곧 최고의 엔지니어링 품질을 보장한다.

현재 2000명 이상의 인력 중 기술 및 연구직군이 약 80%를 차지하며, 평균 근속기간이 17년 이상에 달할 정도로 고숙련 인력이 다수다. 보유한 국내외 기술자격도 1200여건에 달한다.

초기 설계기술 자립을 이끈 고경험인력, UAE 바라카 원전 설계 경험을 갖춘 허리층, 최근 10년간 집중적으로 채용된 젊은 인재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견고한 인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와 함께 세대 간 단절 없는 기술 전수를 위해 특성화된 기술 교육과 기술 멘토링 제도를 통한 도제식 노하우 전수, 국내외 위탁교육 및 학위과정 지원과 더불어 AI 기반 설계 환경과의 융합으로 기술 경쟁력을 계속해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독자와 산업계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오늘의 성과는 한전기술만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협력사, 학계, 산업계,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한 모든 사람의 노력 덕분이다. 앞으로도 한전기술은 기술을 나누고, 인재를 키우며, 산업 생태계와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에너지 기술 공기업의 책임을 다하겠다.

한전기술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기술 개발과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은 물론,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겠다. 또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을 통해 모든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겠다.

설계 한 줄에도 안전과 환경, 사람의 가치를 담아내는 기관이 되겠다.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위해 노력하며, 모든 이해관계자를 비롯한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

〈〉김태균 사장은

김태균 한국전력기술 사장은 대원고를 졸업하고, 한양대 전기공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 한국전력공사 입사 후 기술기획처장, 전력연구원장, 기술혁신본부장을 역임하며 전력 분야 전문가로 불린다. 현재 국제표준협회(IEC) 이사와 산업표준심의회 표준회의 위원, 국가핵융합위원회 위원, 한국핵융합·가속기진흥협회장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한국전력기술 사장으로 취임해 회사 발전은 물론 전력·에너지 생태계 전반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김천=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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