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70대 남성이 39년간 함께한 아내를 알아보지 못하게 됐지만, 다시 한 번 청혼해 두 번째 결혼식을 올린 사연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마이클 오라일리(77)와 린다 펠드먼(78)은 이달 10일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위치한 요양시설에서 두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치매를 앓고 있는 마이클 오라일리가 또 한 번 청혼한 데 따른 것이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7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캘리포니아에서 국선 변호사로 근무하던 이들은 동료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에는 각자 가정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난 후 모두 이혼을 경험한 뒤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두 사람은 1987년 자택에서 조촐한 예식을 올리며 부부가 됐고, 이후 약 40년에 가까운 시간을 함께했다.
성향은 극명하게 달랐다. 펠드먼은 차분하고 예민한 성격이었고, 오라일리는 활동적이고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전시회나 공연장을 선호했고, 그는 야외 활동을 좋아했다. 펠드먼은 “우리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끌며 자연스럽게 균형을 맞춰 왔다”고 회상했다.
평온하던 일상은 약 7년 전 오라일리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으며 크게 달라졌다. 한때 뛰어난 기억력으로 유명했던 그는 법정에서 메모 없이 수 시간 동안 변론을 이어가던 인물이었기에 알츠하이머 진단은 가족에게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후 병세가 깊어지면서 그는 외출조차 어려워졌고, 결국 배우자와의 관계도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가족들은 안전을 고려해 2년 전 그를 요양시설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비록 기억은 흐려졌지만 오라일리의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펠드먼을 마주할 때마다 밝은 표정을 지었고, 애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지난해 11월 오라일리는 다시 한 번 펠드먼에게 청혼했다. 펠트먼은 남편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이미 결혼한 상태라는 사실을 설명하지 않은 채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사연을 알게 된 요양시설 직원들은 이들을 위해 작은 결혼식을 준비했다. 꽃과 풍선으로 공간을 꾸미고 케이크와 음악을 마련해 특별한 하루를 선물했다. 펠드먼은 “남편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그는 하루 종일 환한 얼굴로 기쁨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펠드먼은 “두 번째 결혼식은 앞으로의 시간을 견디게 해줄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라며 도움을 준 요양시설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어 “우리의 이야기가 어떤 시련 앞에서도 사랑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길 바란다”며 “사랑은 가장 험난한 장벽조차 넘어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